독도 추락 헬기 이륙영상 거짓말이 공영방송 KBS 신뢰를 급격히 무너뜨리고 있다. 과거 KBS에서 벌어진 일들이 논란과 실수로 넘어갈 수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저널리즘 윤리와 연결돼 KBS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최근 가장 논란이 컸던 사안은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 왜곡 논란이었다. KBS가 인터뷰이 뜻을 왜곡했고,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검찰에 확인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과 내통했다는 의혹은 과하고, KBS 인터뷰 보도 형식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저널리즘 보도 논쟁의 영역으로써 공방이 컸던 셈이다. 뉴스 수용자들이 보도 및 취재 과정까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KBS 보도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에 패널로 나온 일본 극우 언론인의 발언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컸다. 다만, 일본 다수 여론을 현실로 인식하자는 프로그램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주장도 팽팽했다. 동해를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표기하거나, 백두산을 중국 명칭인 ’칭바이 산‘으로 보도한 것은 담당자의 실수에 가깝다. 엄격히 실수를 관리하는 것도 매체의 몫이지만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이후 KBS는 재난방송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강원 산불 당시 제때 특보를 내보내지 않았고, 산불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리포트 하면서 KBS 방송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후 KBS는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재난이 닥쳤을 때 특보 시간을 대폭 늘리고, 실시간 상황을 심도 있게 전달했다. 재난방송주관사 KBS가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런 가운데 독도 추락 헬기 이륙영상 거짓말이 나왔다. 이번 문제는 영상을 촬영했던 KBS 직원의 개인적 일탈 혹은 잘못으로도 보겠지만 시청자 눈엔 KBS 도덕성을 의심케 하기 충분한 사안이다. KBS 직원이 독도경비대 직원에게 없다고 하고 급기야 삭제해버렸다고 한 이륙영상을 그것도 사고 발생 이틀 후 TV에서 KBS 뉴스 영상으로 흘러나온 상황을 시청자들이 납득할 리 없다.

KBS는 이륙장면 영상을 제공하지 않은 이유로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다. KBS 직원이 찍어 독도경비대에 제공했던 2개 영상과 제공하지 않았던 이륙영상의 촬영 위치는 다르지 않다. 촬영 대상이 된 시설도 일치한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륙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군색하다. 더욱이 보안 우려 등으로 제공하지 않았던 이륙장면은 KBS 보도를 통해 나왔다.

KBS는 직원이 시설물 촬영 통제 지역에서 헬기를 찍은 사실이 드러나고 갑작스레 영상 제공 요청을 받자 경황이 없는 가운데 이륙장면 영상이 없다고 했다가 삭제했다고 말했다지만 ’왜 굳이 이륙장면만 숨겼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될 수 없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KBS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KBS 직원이 영상을 제공했다면 촬영 경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보도했어야 했다. 현재 여론은 KBS 직원뿐 아니라 KBS 역시 단독 보도에 욕심을 부려 거짓말을 했다고 본다. 차라리 KBS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비난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KBS 직원이 이륙장면을 독도경비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KBS 직원의 거짓말이 낳은 나비효과다.

KBS안팎에선 양승동 사장 거취로까지 확산될 ’악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많은 논란이 벌어졌지만 저널리즘 윤리가 정면으로 제기된 적은 없다.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공격 받는 공정성 문제는 KBS의 숙명이지만 이번 사건은 공영방송으로서 도덕적 지위를 자부해왔던 만큼 체감온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KBS에 축적된 불신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영흡 교수(협성대 초빙)는 “KBS 직원이 거짓말을 했지만 KBS 해명을 보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KBS가 해명을 내놓기도 전에 SNS에 KBS 보도 기자를 비난한 글이 쏟아졌다. 이미 KBS 죄를 기정사실화해서 물었던 것”이라며 “그만큼 KBS에 불신이 쌓여왔는데 이번 사건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KBS 직원 개인의 일탈로도 볼 수 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시민들 반응을 보면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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