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년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교수시절 냈던 책 내용의 비현실성을 비판한 일이 있어 후임 법무부장관 인선을 앞두고 새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에도 임명시 그의 권력기관 개혁 업무에 매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조 전 장관은 온갖 도덕성 검증 문제가 검찰 수사까지 이어져 이 같은 검찰개혁의 가치는 빛이 바랬다.

문 대통령이 두 달 넘게 조 전 장관을 붙잡고 있었던 것은 그에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8년 전인 2011년 12월7일 열린 북콘서트 ‘the위대한 검찰개혁콘서트’에서 사회를 보면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누가 법무부장관이 되느냐라며 누구를 임명할 것이냐고 물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옆에 김선수 대법관(당시 변호사) 등이 있는 자리에서 “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는 어떻습니까”라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청중에게 얘기했다.

이를 보면 이 때부터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마음 속에 두고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그 콘서트가 열리기 6개월 전에 냈던 자서전에서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진보세력의 집권후 개혁안을 정리한 책 ‘진보집권플랜’의 한계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의 뒷부분 참여정부 교육 노동 복지 정책의 실패상을 되돌아보며 돌연 조국 전 장관의 책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가 펴낸 ‘진보집권플랜’이 화제다”라며 “아주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를 향해 가야하는지 국민들이 알기 쉽게 잘 정리해줬다”며 “인기 있는 서울법대 교수가 진보를 말하고 복지를 말하니, ‘진보’와 ‘복지’를 게몽하는 데도 효과만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나는 그 책을 보면서 다른 차원의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그 걱정의 내용을 두고 “다음에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부가 다시 들어섰을 때 그 책이 제시한 개혁과제 가운데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며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 동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하고,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해서 모두들 앞으로 진보·개혁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할 뿐 그 과제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며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조 전 장관의 진보집권플랜은 현실성이 없다는 ‘혹평’이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보수적인 정치지형 속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며,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지 △정부는 어떻게 추진하고 시민사회진영은 어떻게 지원하면서 정부를 견인할지 △많은 개혁과제 가운데 우선 순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시기별로 해야 할 범위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등의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의제를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그것을 연대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며 “그래야 집권 후에도 분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1년 12월7일 검찰개혁콘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다음카페 젠틀재인 유튜브영상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1년 12월7일 검찰개혁콘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다음카페 젠틀재인 유튜브영상 갈무리

문 대통령은 집권후 조 전 장관을 청와대 민정수석에 앉히고 법무부장관에까지 기용할 정도였으나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 이런 평가를 한 것은 그만큼 조 전 장관이 가진 한계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읽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그로부터 8년 후 조국 전 장관을 지명했다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우려했던 우리 사회 큰 분열을 자초한 것은 아이러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향후 후임 법무부장관을 누구를 기용할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와 무관하게 애초부터 검찰개혁 의지가 있었다. 그건 8년 전 당시 조 전 장관과 했던 북콘서트에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 전 장관이 누구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할것이냐는 조 전 장관의 질의에 조 전 장관이 어떠냐, 농담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법무부장관을 통한 검찰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의 비검찰화와 아주 강력한 검찰의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며 “민주적 통제는 현실적으로는 국민들이 선출한 권력이 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은 대통령과 국회이며, 특히 대통령이 해야 하는 검찰권한의 민주적 통제를 실제 수행해야 할 사람이 바로 법무부장관”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관돼 있기 때문에 향후 법무부장관도 검찰개혁 의지를 가졌느냐가 필수조건이 아닐까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7일 검찰개혁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다음카페 젠틀재인 유튜브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7일 검찰개혁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다음카페 젠틀재인 유튜브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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