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보좌관’이 오는 11일 시즌2로 돌아온다. 곽정환 감독은 제작 전부터 작가와 함께 전·현직 보좌진을 취재하며 드라마에 ‘사실’을 구현하고자 했다. 결과는 “지금까지와 다른 국회 드라마”라는 호평이었다. 곽PD는 “드라마가 나가고 (도움을 줬던) 보좌진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제일 많이 받았던 피드백은 ‘우리 의원님과 배우분들 촬영현장에서 악수 한 번 가능하냐’였다”며 웃었다. 

그는 시즌1이 “디테일에서 부족했다”고 자평했으나, 청년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과 고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는 장면 등 현실과의 접점은 여전히 시청자에게 깊은 각인을 남겼다. 1997년 KBS에 입사해 시사교양 PD로 5년간 활동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은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되고 있다. “시사 보도는 결정적 증거를 잡지 않으면 심증만으로는 보도 못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사 보도만큼 현실적인 드라마를 그려내고 싶다”는 게 매 작품을 맞이하는 그의 의지다. 

▲'보좌관' 곽정환 감독. ⓒJTBC
▲'보좌관' 곽정환 감독. ⓒJTBC

그는 “가급적이면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드라마를 하는 것이 대중문화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밝혔다. 그가 연출했던 드라마를 돌이켜보면 조선 시대 신분제를 다룬 ‘추노’(KBS), 일제 강점기 억압을 다룬 ‘빠스껫 볼’(tvN), 판사와 사법부의 역할을 고민하게 만든 ‘미스 함무라비’(JTBC)도 사회적 메시지를 피하지 않았다. 점점 드라마는 보통의 시사 보도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tvN ‘비밀의 숲’에서는 검찰개혁을 떠올리고, JTBC ‘눈이 부시게’에서는 노년의 삶을 한 편의 다큐처럼 들여다보는 식이다. 

‘보좌관’ 역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다. “기존 정치드라마에서 정경유착은 도식화돼있다. 절대 악에 모든 문제를 집중시키는 그런 서사 구조가 깨져야 했다. 더 많은 사회현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판받는 정치인들은 현실에서 늘 건재하다. 문제의 구조를 깨려고 했던 정치인들은 일찍 패배한다. 왜 그럴까. 현실정치의 벽이 있지 않을까. 드라마에서 다양한 정치인의 양상이 그려지길 원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원하는 권력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일상에서의 삶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의 영역이 삶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 감독은 그 이유와 해답을 찾기 위해 국회로 눈을 돌렸다.  

시즌1에서 극 중 이성민 의원(정진영 분)을 향해 “선배처럼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장태준 보좌관(이정재 분)이 국회의원이 되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마주하며 선택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시즌2로 이어질 예정이다. 곽 감독은 “드라마가 정치혐오로 결론 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허황된 해결도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며 “장태준의 도전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 현실정치의 벽에 무너지지 않는 희망을 발견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JTBC 드라마 '보좌관'의 주인공 장태준(이정재 분). ⓒJTBC
▲JTBC 드라마 '보좌관'의 주인공 장태준(이정재 분). ⓒJTBC

시즌2에서는 삼성반도체 산업재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을 비롯해 시즌1처럼 현실에서 익숙한 사건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특히 새롭게 투입된 최경철 서울중앙지검장(정만식 분)과 송희섭 법무부장관(김갑수 분)의 갈등 구도를 두고는 제작진이 촬영 기간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보좌관’은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법이 허용한 노동시간을 준수했다. 곽정환 감독은 “100년 전인 1909년 국제노동기구 ILO가 국제노동법 제1호 협약으로 하루 8시간, 주 48시간 노동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하며 한국의 과노동현실을 꼬집은 뒤 “20부작 통틀어 밤샌 날이 열흘도 안 된다. 밤을 새면 늘 다음날 오후 늦게 출근하며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노동시간 준수는) 감독·제작사·방송사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빨리, 정확하게 찍으면 촬영시간을 줄일 수 있다. 더 좋은 장면을 찍으면 좋겠지만 남의 노동시간을 불태우면서 (감독이) 아티스트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보좌관 시즌2는 사전촬영을 마치고 막바지 편집 작업 중이다. 자연스럽게 감독은 차기작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선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곽 감독은 “다음 작품의 주인공은 기자다. 주류언론의 기자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자도 역시 조직의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 받아쓰기밖에 할 수 없는 언론을 비판하면서, 대안 언론을 만들고자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기자의 모습을 그려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보좌관'에서 비서관 역할을 맡았던 윤혜원(이엘리야 분)은 기자 출신이다. 곽 감독의 차기작 주인공은 기자가 될 예정이다.
▲'보좌관'에서 비서관 역할을 맡았던 윤혜원(이엘리야 분)은 기자 출신이다. 곽 감독의 차기작 주인공은 기자가 될 예정이다.

(곽정환 감독의 인터뷰 발언 일부를 삭제합니다. 11월12일 오후 8시40분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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