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간 단독으로 만났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정상회담 이후 1년여 만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뒤 빠르게 악화일로를 걸었다.

5일 아침신문들은 이를 주요 지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가 이를 1면 머리에 보도했다. 신문은 양국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찾았지만,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도 여전해 출구는 안갯속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5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일 대화 필요’ 확인한 ‘11분 만남’”
국민일보 “아베 옆자리 이끈 문 11분 환담, 물꼬 텄다”
동아일보 “보다 고위급 협의를” “모든 방법을 통해 해결”
서울신문 “문‧아베 ‘11분 깜짝 환담’… 고위급 협의 확대”
세계일보 “아베 만난 문 대통령 ‘고위급 협의하자’”
조선일보 “국정원장이 뒤집은 ‘안보실장 발언’”
중앙일보 “여론조사 응답자 53% 문 대통령 찍었던 사람”
한겨레 “경기회복 급한데…지자체 곳간에 ‘현금 35조’”
한국일보 “‘인생 탈탈 터는’ 스마트폰 압수수색 도마 위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단독으로 만나 약 11분간 대화를 나눴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단독으로 만나 약 11분간 대화를 나눴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양국관계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환담 의미는 적지 않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날 대화는 한일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양측의 해결 의지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

▲5일 경향신문 1면
▲5일 경향신문 1면
▲5일 국민일보 1면
▲5일 국민일보 1면

한국은 “이번 만남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시점이 임박해 성사된 것도 의미있다”고 했다. 한국은 “부득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이 결정이 역내 안보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후속 실무 회담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수출규지 동시 철회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화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 효력 발생을 19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한편 동아일보는 “청와대 내에선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정보교류를 제한하는 조치에) 부정적 기류가 아직은 강하다”고 했다. 일시 유예자체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 성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이번 환담 성사가 지소미아 기한 종료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일 관계엔 또 다른 장벽 하나가 생기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일문제 정통 소식통 입을 빌려 “양측이 서로 만족할 만할 협의결과를 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한일 지소미아 복원 기한을 너무 의식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일본 외무성은 이날 만남을 전하는 표현에서 온도차를 보였다고도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양국 만남의 성격을 단순한 ‘이야기’로 표현하면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약 10분 간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우호적이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는 청와대 설명과 거리가 있다. 외무성은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를 표하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파견한 것에 사의를 전하는 한편 양국 간 문제제기에 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한일관계가 악화한 근본 원인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해법엔 견해차가 여전하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만나 한일 청구권 협정을 준하라는 일본 측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본 언론은 이번 만남으로 관계 진전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대부분 “일본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 대응책을 보여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일본의 태도는 한일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쪽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일본 언론이 “지소미아 복원이나 징용 판결에 대한 ‘플랜 B’ 같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는 것을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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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겨레 3면

국민일보는 “일본은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고,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 조치 시 한국에 대한 공세를 펼 수 있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겨레는 이날 유일하게 1면이 아닌 지면에 이 소식을 전했다. 한겨레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서는 ‘한국이 강제동원에 대한 해법을 내야만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11분 만남으로 관계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이 변화”라고 했다.

▲5일 한국일보 사설
▲5일 한국일보 사설

이날 사설을 낸 신문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을 맞바꾸는 타협안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과거사 해결책 마련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을 주고받는 타협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역사 문제에서 인식 격차를 좁히기 어려우면 우선 일본은 무역보복 조처를,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도 관련 사설을 내 양국에 관계 진전을 위한 협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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