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개인 유튜버가 대형 치킨 브랜드에서 기존 제품을 신제품처럼 배달했다고 밝혀 해당 브랜드 본사의 사과를 이끌어 냈다. 상당수 언론들은 관련 소식을 전했다. 정치·사회 관련 유튜브 채널들에 대한 ‘대안 매체’로서의 수요도 상당하다. 아프리카TV·썸TV 등 개인방송 플랫폼은 선정적·폭력적 방송으로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소위 ‘1인 미디어’ 영향력·파급력이 커지면서 규제 필요성이 불거진 가운데, 공적 규제 완화를 강화하면 되레 민간 자율 규제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법상 언론중재·피해구제 관련 법률을 적용 받는 매체는 지상파(라디오 포함)·케이블·위성방송, 신문·인터넷신문·포털 등이며, 방송심의규제 대상(지상파·위성·케이블·IPTV)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심의·규제 규정이 없다. 방송콘텐츠는 방송법에 따라 헌법 기본질서 및 인권·사회윤리, 양성평등, 인종·종교차별금지 등을 준수해야 하며,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등급분류제 대상이다. 1인 미디어 콘텐츠는 이러한 심의 대상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인터넷 콘텐츠 규제에 근거해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국내 1인 미디어 등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해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상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 범주가 광범위하고,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목적으로 한 유해정보도 폭넓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율규제보다 규제 기관에 의한 ‘공적 심의’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국제사회에서 지적된 바 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4일 ‘콘텐츠 창작 윤리규범을 위한 입법토론회’에서 “유튜브의 경우 미국 국내법상 불법·유해 정보 규제가 국내보다 낮지만 법률상 의무보다 높은 수준에서 자율 규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 규제의 공백을 자율규제가 보완하는 형식”이라며 “높은 수준의 국내 인터넷 콘텐츠 규제는 민간 자율규제 추진에 한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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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업자의 적극적 자율 규제를 유도하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 미국 연방법률은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 조항’을 통해 인터넷상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의 자율적인 삭제·차단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면제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불법·유해 콘텐츠 삭제 등에 대한 사업자 자율 조치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항을 명확히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정한 인터넷 방송 가이드라인은 선언적 규정에 그쳤고,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심의위·인터넷방송사 등 민관 공동으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구성해 추진한 가이드라인도 구체적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1인 제작자 다수가 ‘유튜브’(Youtube)에서 활동하는 등 해외사업자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인터넷 콘텐츠 규제 수준을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 조사관은 “국내 인터넷 콘텐츠 규제 수준이 높은 경우 유튜브 등 역외 사업자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며 “높은 수준의 국내 인터넷 콘텐츠 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인터넷 자율규제도 현행 법적 규제를 준수하는 정도에 그치게 되며, 공적 규제 중심의 콘텐츠 규제가 지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 규제 강화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불법·유해 콘텐츠 삭제·차단 관련 플랫폼 사업자 면책 조항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과 별개의 민관 공동 콘텐츠 가이드라인 구체화 △가이드라인 집행 시 규제기관 개입 최소화 등이 제안됐다. 다만 중립적 규제 기관이 아닌 사업자에 의한 사적 검열이 이뤄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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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업계 관계자들은 잠재적 1인 미디어, 방송업자들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철현 나사렛대학 방송영상콘텐츠학과 교수는 “문제를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혹은 몇몇 BJ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옐로우 저널리즘의 선정적 방송이 이런 시청자들을 양성했고 그렇게 길들여진 혹은 방송으로부터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은 올마이티 미디어 대표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콘텐츠 미디어 윤리교육을 실시하여 비윤리적 콘텐츠의 생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적극적 예방’ 개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디어 윤리 강사 양성 및 활동 장려 △초·중·고 교내 미디어 윤리 교육 의무화 △미디어 윤리 보편화를 통한 건강한 미디어 환경 조성 △미디어 제작 전문가 및 첨단 미디어 제작 전문가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커져만 가는 1인 미디어의 규모와 파급력과는 달리 1인 미디어는 현재 법률상 언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기존 언론이 받고 있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제작된 자극적인 콘텐츠 등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성 등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며 “적절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진다면 1인 미디어를 비롯한 인터넷 미디어 시장이 지금보다 더 높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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