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 및 민간단체가 주관한 상을 받고 광고비 명목으로 세금을 지출하는 행태를 전수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기관 민간단체의 상을 받고 지출한 돈은 5년간 최소 9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을 주고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받은 상은 1145건이었다.

상과 관련해 가장 많은 세금을 지출한 지자체는 전라북도 고창군이었고, 상을 주면서 지자체들로부터 가장 많은 액수를 받은 언론사는 동아일보였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 경실련 측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상을 받고 세금을 지출한 사례를 실태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 경실련 측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상을 받고 세금을 지출한 사례를 실태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7개 언론사가 전체건수 96%, 전체 금액의 98% 차지

4일 오전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단체 243곳과 공공기관 307곳, 2014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하는 수상 여부와 함께 해당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지출한 돈을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의 전수조사 결과, 언론사가 최근 5년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준 시상 건수는 675건이었다. 시상후 언론사가 받은 돈은 64억1683만7905원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7개의 주요 언론사가 전체 건수의 96%인 648건을 시상하고, 금액의 98%인 약 63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7개의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다.

▲출처=경실련.
▲출처=경실련.

동아일보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총 163건의 상을 시상했고 이후 19억 8733만원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151건의 상을 시상했고 17억9973만원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104건에 10억2232만5000원, 한국경제는 144건에 9억5544만원, 매일경제는 49건에 4억1991만원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10건에 6086만원, 헤럴드경제는 27건에 3511만원을 받았다.

지자체만 따로 떼어서 봐도, 상을 가장 많이 시상한 언론사는 동아일보로 112건이다. 동아일보가 지자체에 상을 준 후 받은 금액은 14억1833만원이다. 두 번째로 시상과 관련 받은 액수가 큰 언론사는 중앙일보로 89건의 상을 시상하고 11억5176만원를 받았다. 한국경제는 96건의 상을 시상하고 6억8934만원을 받고, 조선일보는 59건의 상을 시상하고 6억4496만원을 받았다.

가장 많은 세금을 상과 관련해 지출한 고창군의 경우, 동아일보와 한국경제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받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매년 2000만원씩 광고비 지출 목적으로 세금을 사용했다.

고창군은 경실련에 지출 내역의 이유로 ‘고창군 복분자 산업 육성 조례’ 17조를 들며 “군수는 소비자의 신뢰도와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브랜드를 개발 및 육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실련은 “일부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비슷비슷한 명칭과 특색 없는 내용으로 상을 남발하고 광고비, 홍보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정을 감시하고 올바른 정보와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할 언론이 상을 무기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동아일보 측에 이같은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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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돈 가장 많이 준 지자체는 전라북도 고창군, 세금 3억원 사용

광역 지자체 단위로 보면, 경상북도(기초지자체 24곳 중 17곳)는 120건의 상을 받고 약 14억원의 돈을 지출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전라북도 약 7억원, 경기도 약 6억원, 충청북도 약 5억원, 강원도 약 4억원, 충청남도 약 3억원 순이었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상과 관련해 가장 많은 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창군은 27건 상을 받고 지출금액은 약 3억3375만원이다. 다음으로 경상북도 김천시로 18개의 상을 받고 2억9080만원을 지출했다. 3위 충청북도 단양군(17건, 2억5588만원), 4위 경상북도 울진군(12건, 2억3650만원), 5위 경기도 이천시(14건, 2억2610만원)순이었다.

경상북도 청송군, 강원도 양구군, 경상북도 의성군, 충청남도 청양군, 대구광역시도 상과 관련해 1억원 대의 지출이 있었다.

▲출처=경실련.
▲출처=경실련.

경실련은 “작년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 이상 당선자 79명 중 62%에 이르는 49명이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한 상을 받았다고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치적을 쌓아 개인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실태조사의 결과는 ‘최소’ 결과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경실련의 정보 공개청구에 정보 비공개와 부실한 공개를 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다른 지자체와 같은 상을 받았지만, 돈을 지출하지 않았다거나 지출 내역이 상과 관련이 없다며 공개를 거부한 곳도 있었다”며 “경상북도 등 42개 지자체는 같은 시기에 다른 지자체와 같은 상을 받고 지출했음에도 관련 지출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받을 만한 상을 받은 건지, 세금을 제대로 사용한 건지, 지자체장 개인 수상비용을 세금으로 지출하는 것이 적정한지, 규정에 맞게 후원 명칭을 사용했는지 따져보고 미비한 현행 규정을 강화하고 입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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