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

시진핑은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69주년 기념 좌담회 연설’ 때 <주역周易·계사繫辭 하>편에 나오는 이 말을 따왔다. 중국인들은 매우 일찍부터 개혁과 창신創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왔다. 비슷한 표현을 <시경詩經>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그 천명은 오직 새롭기만 하다(주수구방周雖舊邦, 기명유신其命維新)’라는 글귀다. 또 한비자는 “세상이 바뀌면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사회 시스템이 다르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세이즉사이즉비변世異則事異則備變)”고 했다. 

<시경>은 2천4백여 년 전에 지은 시가집으로 오경五經에 속하며, 중국 정치교범이 되는 책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번영과 부강한 길의 근본적 지향점은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 진보로 나아가는 것이다. 프레드리히 엥겔스는 “사회주의는 늘 변화하고 개혁하는 사회”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른바 ‘개혁개방은 단지 진행형일 뿐 종착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변화는 나날이 새로워지고 민중의 요구도 높아져 개혁의 시간과 공간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개혁 추진에 대한 도전도 날로 늘어나 더욱 더 커지는 욕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더욱 주시해야 할 것은 개혁은 후퇴가 없어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볼 때 오늘 날의 개혁은 인민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개혁 피로증후군을 극복하고, 개혁에 대한 의구심을 방지해야 한다. 시진핑은 “용감하고 굳건한 기개에 몰두하고, 용감하게 험난한 여울을 건너 사상과 관념을 옥죄는 걸림돌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진핑은 또 과감하게 이익집단을 강화하는 울타리를 돌파할 때만이 견고하게 개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고, 능동적 발전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할 때 인민들이 더욱 많은 개혁의 성과를 향유할 수 있고, 국가가 더욱 더 빠른 발전과 진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神農氏沒, 黃帝 堯舜氏作, 通其變, 使民不倦, 神而化之, 使民宜之. 易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是以 “自天佑之, 吉無不利”.
신농씨가 죽고 황제와 요순에 이르러 사람들이 게을러지지 않게끔 사회구조를 변통하고, 백성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들을 지혜롭게 교화시켰다. 역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늘이 도우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의 뜻은 무릇 모든 사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 필연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변화는 곧 막힘이 없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도록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세상의 만물은 모두 생성과 발전, 쇠락의 과정을 거친다. 쇠락의 단계에 이르면 반드시 변화를 도모해 출로를 모색한다. 만약에 옛것을 그대로 따르고 변화를 생각하지 않으면 제한된 범위 안에 앉아서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변화에 순응하면 죽을 고비에서 다시 살아나 위기를 극복하고 평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자성어 ‘궁하면 변혁할 생각을 한다(궁즉사변窮則思變)’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 캉유웨이(康有爲). 사진=위키백과
▲ 캉유웨이(康有爲). 사진=위키백과

 

이 말은 이후 중국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청나라 말기 변법자강론을 펼친 캉유웨이(강유위康有爲), 량치차오(양계초梁啓超) 등 변법 유신파들이 <주역>의 옛 사람들 교훈에 따라 “변하는 것은 고금의 정당한 도리(變者, 古今之公理也)”라며 완고한 수구파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비록 실패했지만 변법으로 살길을 찾자는 변법자강 운동을 벌여 근대 중국을 일깨우고 가르치는 계몽적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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