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준비 체제에 돌입하면서 각 당의 인재영입, 공천방식 등에 눈길이 가고 있다. 논란을 부르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인재영입에 진보·보수를 막론한 언론 모두 비판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물갈이론’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진부한 외부 수혈 경쟁, 선거제 개혁 요구에 대한 ‘거대 양당’ 태도도 지적되고 있다. 4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들의 관련 보도를 살펴봤다.

한국일보는 1면에 “혁신은커녕 ‘셀프 수렁’에 빠진 한국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당이 조국 사태 이후 보여준 행보는 변화나 혁신이 아닌 ‘제 밥 그릇 챙기기’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물갈이 이슈’를 선점하던 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가산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사태로 고발 당한 의원 60명에게 공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에겐 ‘현역 의원 기득권 챙기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의 ‘불출마 번복’에,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이 험지가 아닌 ‘출마하면 당선되는’ 지역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비판 대상이다.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김정훈·유민봉·정종섭·윤상직·조훈현 의원 중 일부가 당 사무처에 ‘불출마를 번복하는 입장문’을 팩스로 보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전한 뒤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인지도가 높은 거물들의 ‘내년 총선 영남 출마’ 뉴스가 본격적으로 나오던 시점도 이때였다. 이들 지역은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보수 텃밭인 데다 대구 수성갑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어, ‘지역구 탈환’의 의미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이 앞선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결정하며 ‘중진 역할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교체설’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론 나 원내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지만 속내는 물갈이론에 취약한 일부 중진들이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전했다.

▲ 11월4일자 한국일보 5면 기사.
▲ 11월4일자 한국일보 5면 기사.

한국당 인재영입으로 인한 잡음은 황교안 대표에게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 서울신문(인재영입은 잡음, 불출마는 번복…한국당 꼬이는 공천쇄신)은 “‘새로운 물’이 돼야 할 인재영입이 시작부터 꼬인 점도 한국당의 물갈이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황 대표가 영입하려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제외된 데 이어 청년 대표로 영입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도 신보라 비례대표 의원의 지인으로 드러나면서 ‘비례대표 세습’ 논란이 불붙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한국당 2차 인재영입 이번주 발표 ‘속도전’)의 경우 “황 대표는 2일 “(정권과) 싸우다 보면 이길 수도 실수할 수도 있다”며 박 전 대장 영입 실패 책임을 피해갔다. 황 대표는 2차 영입도 ‘나홀로’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져 당내에선 또 다른 ‘인사 사고’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 전 대표가 박 전 대장 영입을 ‘보류’한 것일 뿐,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오르내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당내에서 “황 대표가 ‘마이웨이’식으로 갈 경우 총선 전에 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황 대표 체제 리더십을 직격했다. 1차 영입대상자로 알려졌다 비판이 집중된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영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초년생(황 대표)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으냐”면서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 정치(無腦政治) 시대가 된 것”이라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SNS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여당의 ‘총선 물갈이’ 관련 기사(여당, 총선 물갈이 태풍 현역 4분의 1 교체 검토) 말미에도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은 인적 쇄신에 대한 원칙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인재 영입 논란 등으로 내부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조국 사태’ 이후 조국 TF 표창장 수여, 박찬주 예비역 대장 영입 계획 및 번복 등으로 시끄럽다”고 지적했다.

▲ 11월4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 11월4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보수 언론은 민주당의 ‘총선 물갈이’론과 관련한 불만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6면(與 초선·비례대표 불출마 잇따르는데…중진들은 “인위적 물갈이” 불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평가에서 불출마자를 빼고 ‘하위 20% 의원’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물갈이’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인위적·자의적 물갈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천 규칙을 활용, 최대 40명 가까운 현역 의원을 물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도권 다선(多選)과 3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전한 뒤 “정작 중진 의원들은 여러 방식으로 출마 의사를 강하게 비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자기희생을 해야 할 중진들이 쇄신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일축하기 위해 중진 의원들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현재의 의원평가 시스템에서는 법안 발의, 토론회 개최 등 건수가 적은 다선·중진 의원들이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나온 당의 쇄신 요구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가 너무 성급하게 중진들 목을 죄는 것 같다. 또 다른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익명의 국회의원 발언을 전했다.

▲ 11월4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 11월4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현재 여야 인재영입이 선거철 소비용 경쟁이란 비판과 더불어 여야 각 당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여야 ‘간판 인물’ 내세우기 경쟁 외부 수혈, ‘선거철 소비’에 그쳐)에서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얼굴을 통해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여론을 달래려는 전략”이라며 “이번에도 그늘이 뚜렷하다.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정책 부재’라는 그림자로 드리워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명망가 이름을 공개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더 유명한 인사를 영입한 쪽이 승기를 잡았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인 차별성 있는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리더’들의 흠집 난 리더십…목소리도 사라졌다”는 제목의 3면 기사에서는 “여야 당 대표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종 책임론에 휩싸이며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조국 대전’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청 종속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연이은 장외 집회로 ‘국회 발목잡기’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 외부인사 영입 문제까지 구설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조국 데스노트 제외’, 밀실 영입 논란에 휩싸였다”고 봤다.

▲ 11월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1월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에 “의원 정수 확대’ 외면하는 거대양당 카르텔” 기사를 올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돼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선거제도 개혁안의 막판 쟁점으로 ‘의원 정수 확대’가 다시 제기됐지만, 여야 거대 정당의 외면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배제되는 과정은 제도의 실현 여부를 떠나 우리 정치권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기성 정치권의 정치불신 조장’→‘정치불신으로 의원 정수 확대 부정적 여론 확산’→‘여론을 근거로 의원 정수 확대 논의 차단’→‘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라며 “보수세력이 낙인찍어놓은 혐오 프레임을 깨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정치혐오와 불신을 국회의원들 스스로 초래했지만, 의원 정수 확대가 곧 혈세 낭비 및 정쟁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는 혐오 프레임이 워낙 강고해 의원 정수 확대 논의 자체가 시작부터 봉쇄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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