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을 확보해놓고도 독도경비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독도경비대의 요청에 헬기 진행방향과 무관한 화면을 제외하고 관련 영상을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2일 9시뉴스를 통해 31일 추락사고 직전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을 확보했다며 관련 영상을 보도했다.

KBS는 “그제 밤(31일) 11시 20분쯤, 비행체가 불빛을 깜빡거리며 독도 동도의 헬기장 쪽으로 진입한다. 붉은색 동체에 119, 응급의료체계 EMS 등 선명한 소방관련 표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두 시간 전 대구에서 출발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부는 가운데, 헬기는 환자와 보호자를 태운 뒤 바로 이륙해, 한바퀴 선회한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고 보도했다.

구조 헬기가 독도에 도착해 이륙한 순간을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자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고 있던 KBS 직원이 찍은 것이다. 관련 영상은 추락 직전 마지막 비행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구조와 수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KBS 보도 직후 단독 보도에 눈이 멀어 확보한 영상을 숨긴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특히 독도경비대 소속 직원이 직접 댓글을 달아 KBS가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독도경비대 직원은 “사고 이후 수십 명의 독도경비대가 접안지에서 그 고생을 하는데 헬기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며 헛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치가 떨린다”고 비난했다.

직원은 또한 “치료가 급한 환자 일행 등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KBS 보도에 대해서도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 있는 줄 알면서 손전등을 비추는 사람이 저라는 것을 알면서 무엇인가 이슈하여 특정하고자 달리 보도를 했나”라며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구조와 수색에 도움이 될지 모르는 관련 영상을 촬영하고도 이를 숨기고 영상을 제공하지 않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독도경비대 직원으로부터 나오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커진 것이다.

이에 KBS는 3일 오후 “논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KBS는 “영상은 독도에 고정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정비, 보수하기 위해 입도해있던 본사 미디어송출부 소속 엔지니어가 심야에 돌발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가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 촬영 사실을 알고 관련 화면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 직원은 본인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KBS는 “독도경비대는 헬기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해당 직원은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 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도 경위와 관련해 2일 오후 영상을 찍었던 직원이 부장에게 보고해 영상을 촬영한 사실을 인지하고 당일 9시뉴스를 통해 내보냈다는 설명이다. 독도경비대 직원의 댓글과 관련해선 “헬기진행 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설명을 들은 후 댓글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비난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회사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화면들은 다시 국토부 사고조사팀에 모두 넘기도록 조치했다”며 “그러나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해당 직원과 책임자 등을 추가 조사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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