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달 31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영입했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재 영입을 추진한 것인데, 이를 두고 언론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은 지난달 31일 “언론장악 적폐들은 정치권 근처에 얼씬도 마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이어 지난 1일 대전MBC노조와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도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언론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이들의 정계 진출을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KBS 길환영, MBC 김재철 등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짓밟은 장본인들이 속속 정치하겠다며 한국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PD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거나 해고했다. 또 청와대 지시에 세월호 보도를 통제하고, 오보·왜곡 보도들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한국당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정치가 불신받고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씩 뛰어들고 보는 장마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도 ‘정치’ 그 자체의 본령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 앞에 철없는 충성경쟁만 하던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이 아니다”며 “영혼을 잃어버린 전직 언론인들에게 1만5000명 언론노동자들은 고한다. 더 이상 ‘언론인’이라고 행세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대전MBC 전 사장 체제하에 있었던 언론노조 대전MBC지부도 “이진숙이 어떤 인물인가. 세월호 진실 보도를 막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바른말 하는 후배들을 숙청한 장본인이다. 대전MBC에 내려와서는 더욱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진숙 전 사장은 △2016년 이집트 대통령이 방한 당시 대전MBC 스태프들을 서울로 대동해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뉴스에 출연해 대전·충남지역에 방송되도록 했고 △할랄 음식 선전에 앞장서고 △2015년 메르스 창궐로 요르단이 여행주의 지역으로 지정됐을 당시 후배기자들을 중동 최전선에 보내 특집 취재를 지시했다.

▲ 지난 2017년 12월26일 대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017년 12월26일 대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대전MBC지부는 “한국당은 이진숙 영입을 취소하라”며 “한국당은 일말의 수오지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진숙 영입을 취소하고 영입 참사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대전충남민언련도 성명서에서 과거 이진숙 전 사장의 이력을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진숙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MBC노조가 벌인 170일간의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당시 김재철의 입으로 불리며 노조원들을 탄압하고 MBC 매각을 추진했던 장본인이다. 보도본부장 재임 시절 편파, 왜곡보도 등으로 불공정 시비까지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대전충남민언련은 “이진숙은 대전MBC를 몰락의 길로 내몰았다”며 “보직자를 통한 경영권 장악, 편성 및 보도 자율권 침해, 대전MBC 내부 갈등 증폭 등으로 대전MBC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결국 대전MBC 노조와 지역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사장 자리에서 퇴출된 인물이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전충남민언련은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개혁, 언론개혁은 외면한 채 적폐의 주역을 골라 영입하는 재주는 한국당다운 모습”이라며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MBC를 망친 주범 이진숙 영입으로 한국당이 왜 적폐 정당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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