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의 훈령을 시행한다는 발표에 언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법무부 발표 내용을 언론 통제라고 규정했다. 기자협회는 31일 “법무부는 ‘언론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법무부의 이번 훈령이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한다. 이 훈령이 시행되면 수사 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크게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중 “수사 중인 사건 관계인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검사나 수사관들이 기자를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자들의 취재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오보에 대해 명확히 규정조차 하지 않고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오보라고 판단하는 주체, 오보로 볼 수 있는 근거, 오보의 의도성 여부에 대한 판단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데 ‘오보를 냈을 때’라는 조항만으로 취재를 제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검찰 수사를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협회는 의견수렴 과정조차도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최초 관련 규정이 나온 뒤 법무부는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왔다. 기자협회도 의견을 전달했다. 기자협회는 “내용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기자협회는 “보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의견 회신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대검도 ‘검찰에서 취할 조치가 아니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무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기자협회는 “법무부가 이번 훈령을 만들면서 민주사회의 중요 요소인 언론의 감시 기능이나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었는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조치로 ‘언론 통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훈령 철회를 요구했다.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의 훈령은 본래 피의사실공표를 막기 위한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나왔지만 ‘검사의 명예를 실추하게 한’ 오보라는 새로운 규정이 들어가면서 언론계의 반발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공소 제기 전 형사사건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에 더해 언론의 취재를 제한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내용까지 들어가자 언론계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의견 수렴을 담당했던 법무부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개별 언론도 그렇고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의견을 줬다. ‘공보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피의사실공표로 개인의 명예훼손이 심하다’는 의견과 함께 ‘사전에 너무 막아버려서 수사기관만 내용을 알게돼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이 전혀 작동이 안된다’는 의견이 평팽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오보시 청사 출입 제한 조치와 관련해선 “기사를 쓰기 전 오보가 맞으면 안 쓰고, 기사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면서 “기존 초안에 있었던 추측성 보도시. 현행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보도, 초상권 침해시 브리핑 출입 제한 규정은 과하다고 해서 삭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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