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제도가 일부 개정되면서 선의의 재외국민과 귀환동포, 이주민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와 진선미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정된 건강보험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2017년부터 진료목적으로 입국해 단기간 치료를 받고 출국하는 외국인들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언론은 2017년부터 이를 ‘건강보험 먹튀’로 명명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최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등을 개정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이주민 가정과 농업 이주노동자 등 더 취약한 집단에 건강보험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문제점이 새로 생겼다. 사업자등록이 없는 농촌 작업장에서 일하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직장가입이 안돼 지역건강보험에 강제 가입해 과도한 보험료를 내게 됐다.

지역가입을 강제하면서 보험료와 세대원 구성 등을 내국인과 차별 적용해 같은 소득과 재산을 가진 한국인보다 수 배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 장애, 질병, 학업 등으로 경제활동을 못하는 동포 가족들을 각각 독립된 세대로 보고 각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고려인 동포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70대 노모와 뇌경색으로 일을 못하는 40대 가장, 이제 막 성인이 된 20살 자녀에게 각각 11만3050원씩 3개의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발급돼 달마다 30만원 넘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와 진선미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정된 건강보험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이정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와 진선미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정된 건강보험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이정호 기자

제도 개정으로 보험료 체납시 내국인보다 가혹한 차별을 받는 것도 지적됐다. 내국인은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한 번 이상 보험료를 내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과 귀환동포, 이주민은 보험료 완납 때까지 보험급여가 중단된다. 또 보험료 체납 땐 체류자격이 박탈돼 미등록 노동자를 양산할 우려도 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이번에 개정된 건강보험제도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권영실 변호사는 “정부가 언론 등에서 지적한 ‘먹튀 외국인’의 건강보험제도 악용을 정조준하지 못해 오히려 보호와 조력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온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건강보험제도 개정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에 최종 권고한 내용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12월14일 한국 정부에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이주아동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한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보험료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개선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를 지적했던 중앙일보 2019년 5월21일자 16면(왼쪽)과 조선일보 2017년 10월25일자 14면.
▲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를 지적했던 중앙일보 2019년 5월21일자 16면(왼쪽)과 조선일보 2017년 10월25일자 14면.

한편 성백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격부과실장은 “220여 개 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모니터링과 연구용역으로 문제점에 추가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외국인 유학생 관련 미흡한 부분은 보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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