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 판결 1년이 흘렀다.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선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대법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다. 여전히 일본 기업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끝났다는 일본 정부 입장에 따라 판결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피해자들만 답답한 상황이다. 

이날 피해자 대리인단·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추가 소송을 준비해왔고 최근 일본 유명건설사 2곳에 손배청구를 제기했다. 이에 강제동원에 책임을 져야 할 일본 기업은 일본제철,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등 11곳이다. 대리인단은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소송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10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운데)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0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운데)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 말고 다른 해결방법이 없어서다. 

대리인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이춘식씨와 근로정신대피해자 양금덕씨는 최근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을 넣었다. 국제사회에 호소해 꿈쩍하지 않는 일본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또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100만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리인단 등에 따르면 1999년 양대노총과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ILO 노동자위원회에 강제동원 문제 관련 자료를 제출해 알렸다. 당시 ILO 전문가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에 책임을 지고 희생자들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ILO 총회 정식안건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이후 여러번 강제노동금지위반이란 보고서가 제출됐다. 물론 일본은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 등은 “오늘부터 서명운동을 진행해 내년 6월 ILO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른 나라 노조·시민사회와 연대해 국제 캠페인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강제동원 노동자상. 사진=노컷뉴스
▲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강제동원 노동자상. 사진=노컷뉴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소송으로는 강제동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총 780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이 중 이론상 소송이 가능한 사람은 2~3만명 수준이다. 2~3만명이 다 소송하는 게 불가능하고 고령의 피해자들이 소송을 감당할 형편도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국내와 국외 구분 없이 강제동원 피해자들 실태조사에 나서고 이들을 지원할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수 없는 다수 피해자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피해자들을 돌봐야 일본 정부나 기업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이를 지적할 명분이 생긴다”며 한국 정부의 몫을 지적해왔다. 또 단체와 연구자들은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료, 일본 쪽에 요청해 받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공개하면서 일본 쪽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해왔다. 

최근 일본 외신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이에 참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앞서 간 얘기”라며 “거론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여전히 한국 정부·기업, 일본 정부·기업 등 네 주체 중 누가 돈을 내느냐의 문제를 두고 힘겨루기 하는 양상이다.  

[관련기사 : “강제동원 문제 소송이 해결책 아냐, 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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