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可破也, 而不可奪堅; 丹可磨也, 而不可奪赤.
석가파야, 이불가탈견. 단가마야, 이불가탈적.

돌은 깨뜨릴 수는 있어도 그 단단한 성질은 빼앗을 수 없고, 단사丹砂는 갈아 부술 수는 있어도 그 붉은 색깔은 빼앗을 수 없다.

이 말은 시진핑이 ‘당의 군중노선 교육실천 활동 제1차 총결 및 제2차 부서회의 석상에서 연설’할 때 진나라 재상 여불위呂不韋와 문객들이 저술한 <여씨춘추呂氏春秋·성렴誠廉>편에서 따왔다. 우리가 일을 할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이 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이상과 신념은 더 높은 위치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인생과 세계를 대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 이렇게 볼 때 이상과 신념은 한 사람의 행위방식을 결정한다. 때문에 시진핑은 지도간부들이 만약 이상과 신념이 없으면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가, 누구에게 의존 하는가”의 문제에 좋은 대답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쉽게 정치상의 변질과 정신상의 탐욕, 도덕상의 타락, 생활상의 부패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이 말을 인용한 이유는 공산당원의 확고한 이상과 신념을 강조하기위해서다. 돌처럼 단단하고 단사의 붉은 색깔과 같이 그 누구도 꺾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본질적 속성이 바로 공산당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정신적 자세라는 뜻이다. 시진핑은 “군중노선은 우리 당의 생명선이자 근본적인 실무노선”이라면서 “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고 민심을 잃는 자는 천하를 잃게 마련이다. 당의 선진성과 순결성을 유지하고 당의 집권 기초와 집권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당의 군중노선을 견지하고 인민대중과 밀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시진핑을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은 반복적으로 당원 간부들의 정신적 칼슘을 잘 보충하도록 강조한다. 정신적 칼슘은 공산당원의 이상과 신념으로, 당원 간부들에게 마음의 등불을 켜 밝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은 당원, 간부들이 견고한 사상의 방어선을 구축해 ‘혁명 이상을 하늘 높이 견지’하게 이끌어 생기발랄하고 예기 드높은 호연지기를 지켜준다고 한다. 사상무장 교육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石可破也, 而不可奪堅; 丹可磨也, 而不可奪赤. 堅與赤, 性之有也. 性也者, 所受于天也. 非擇取而爲之也. 豪士之自好子, 其不可漫而汚也, 亦猶此也.
돌은 깨뜨릴 수는 있어도 그 단단한 성질은 빼앗을 수 없고, 단사는 갈아 부술 수는 있어도 그 붉은 색깔은 빼앗을 수 없다. 단단한 것과 붉은 색깔은 본성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본성이라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지, 선택하고 취하여서 된 것이 아니다. 재주가 뛰어난 선비들 중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높이는 사람은 난잡하게 하여서 더럽히는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니, 역시 이와 같다.  

▲ 여불위(呂不韋). 사진=위키백과
▲ 여불위(呂不韋). 사진=위키백과

 

<여씨춘추>를 편찬한 여불위는 전국시대 말기 한나라의 거상巨商으로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있던 진나라 왕자 자초子楚(진시황제 아버지 장양왕莊襄王)를 구해 귀국시켰다. 여불위는 자초가 즉위한 뒤 재상의 자리에 올라 권세를 누리다가 나중에 시황제의 핍박을 받고 목숨을 끊었다. 여불위는 <여씨춘추>를 완성한 뒤 도성인 함양咸陽의 저잣거리에서 천금의 상금을 내걸고 ‘한 글자라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이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호언할 정도로 큰 자부심을 보였다. <여씨춘추>는 백이伯夷·숙제叔齊의 고사를 ‘단단한 돌’과 ‘단사의 붉은 색깔’ 관점에서 밝혀 설명했다. 

백이와 숙제는 상나라 말 고죽국孤竹國의 군주의 아들이다. 이들은 아버지가 죽자 왕위를 둘러싸고 서로 해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왕위를 버리고, 주나라 문왕文王이 인덕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몸을 맡기려 주나라로 갔다. 하지만 문왕은 이미 죽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책략을 숭상하고 무력에 기대어 위세를 뽑냈다. 백이·숙제는 주나라의 덕이 쇠미해졌다고 보고 주의 백성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고사리를 뜯어먹으며 살다가 굶어죽었다. 이후 사마천은 백이·숙제가 지조를 지킨 고매한 인품을 높이 사 <사기> 칠십 열전 인물의 맨 앞에 배치했다. 사마천이 지조를 극도로 추앙하고 찬미하는 뜻을 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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