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원전 즉 핵발전소를 둘러싼 주요 사건이 많았던 해다. 가장 큰 사건은 한국 천주교의 공식기구인 주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탈핵탈원전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마침 그해 여름부터 독실한 가톨릭신도인 성원기 강원대교수(전자공학)는 일행과 함께 탈원전의 기치를 내걸고 7년간 여름과 겨울마다 전국 4천여km를 걸었다. 성당마다 들러서 원전 없어도 대안이 있고, 후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려면 그 대안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였다. 주교회의의 결정내용을 성교수가 제대로 전파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그 전 해 11월에는 1052인의 교수가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걸고 탈원전을 선언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일에 관여한 필자도 성교수의 영향을 받아 해직기간 40여개 절집을 1500여km 걸어다녔다. 원전이 없어져야, 어느 선사의 발원문에 나오는 ‘날적마다 좋은국토’를 만들 수 있음을 스님과 불자들에게 자료와 함께 알리는 일을 해 왔다. 

2013년 3월에는 불교계와 원불교계가 주축이 되어 원전해체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국내외 유수의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행사였고, 향후 원전분야의 일거리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큰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며칠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549조원 원전해체산업육성을 선포한 것은 이 때의 그림이 초석이 되었다.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이렇듯 종교계의 무게중심이 탈원전으로 이동하여 있음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그 무게중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언론과 정계에서는 정부의 탈원전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있다. 착각하면 곤란하다. 

또 탈원전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이 정권에서는 오히려 원전이 증설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고 다른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방향을 설정한 것인데, 마치 그것마저도 문제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혹세무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정부의 ‘증설판단’와는 무관하게 이미 시장경제쪽에서는 원전사업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WINSR) 2019년판에 따르면 민간투자자 그리고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적 개발은행들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출해 주기를 꺼리고 있다. 원전 투자는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대출 측에서는 최종적인 필요액이 어떻게 될지 혹은 원자로가 수입을 가져오기 시작하는 것이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원자로를 건설하려는 생각의 존재를 크레디트 네거티브(격하 요인)로 평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체코공화국의 것을 포함해 새로운 원자로 건설 프로그램 전체가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받고 포기된 경우가 있다. 

또,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계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의 8년 동안에만 태양광 발전이 86%, 풍력 발전이 67%의 비용절약을 달성하는 한편, 같은 시기에 원자력 비용은 20% 올랐다. 라자드는 제12회 “균등화 발전 원가 비교” 연례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보조금 없는 전력 회사 규모의 태양광(36~46달러/MW시)과 풍력(29~56달러/MW시)은 실질적으로 다른 모든 발전 기술과의 경쟁력을 갖는 한편, 원자력(112~189달러/MW시)은 비싸다는 것. 

WINSR를 발행하고 있는 원전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사례를 들면서 에너지저장시스템, 특히 배터리의 비용 저하가 괄목할만하다고 지적한다. 즉 풍력 발전과 배터리조합세트의 2017년 입찰 가격은 21달러/MW시로서 핵발전소의 운전·정비 비용 27달러/MW시~60달러/MW시 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의 승리다. 원전이 자랑했던 기저부하의 안정성도 약진하는 에너지전환의 테크놀로지 앞에서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오래전부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일부언론들은 이런 최근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구태의연하게 장안의 이목을 어지럽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위험이다. 최근 한빛원전의 격납건물의 공극문제 그리고 한빛1호기의 제어봉 관련 열출력 급증사고는 전면적 가동중단까지 검토해야할 수준이다. 일본에서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위험은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형편없는 안전관리수준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위키백과
▲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위키백과

 

또 재작년, 월성1호기 수명은 연장할 수 없다는 사법부 판결이 나왔고 그에 따라 정부가 작년 폐쇄를 결정했다면, 그 이전에 고의로 수명연장을 획책한 수천억원의 불법적 집행한 자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허공에 날아간 그 돈, 누군가의 배를 불려준 그 돈은 누구의 돈인가? 

또, 원전에 납품하는 변압기에 결함이 있음이 공중파방송에서 밝혀져도 제대로 바로 잡는 절차가 보이지 않고 이를 제보한 사람만 궁지에 몰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울원전은 어떤가. 현장의 원전엔지니어가 위험을 감지하고 수년전부터 문제를 제기하여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이런 수준의 원전을 열렬히 홍보하는 언론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원천기술없이 수출을 꾀했다가 결국 미국이 허락해주지 않아서 성사되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실패사례도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는 한달전  크리스토퍼 포드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전날 미 하원 외교위 아태 비확산소위에 참석, “한국전력(KEPCO)이 사우디에 제안한 원자로에 미국의 원전 기술이 포함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수출입 통제허가 없이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자로를 수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알려왔다. 원전찬양 언론들이 이 소식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원전의 고비용과 에너지생산지연의 특성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도 전혀 될 수 없다. 미국은 착착 폐쇄하고 있다. 2025년까지 18기를 폐쇄할 예정이이고 이미 7기를 폐쇄했다. 세계적으로도 최근 10년간 30기나 폐쇄되었다. 통계의 착시를 일으키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절대수치가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레고리 얀코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올봄에 고백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구를 구할 것인가, 죽어가는 원자력 산업을 구할 것인가. 이제 원자력은 금지되어야 한다”

원전수출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행여 ‘수출이 성사될’ 그런 상황이라도, 현지의 어떤 여건에 의해서 사고라도 난다면, 그것은 정권이 아닌 민족차원의 빚이 된다. 대대손손 말이다. 단 한번의 사고로 온 나라가 위기에 빠져있는 이웃나라의 사례를 뻔히 보고서도 혹세무민을 계속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언론이 아니라 ‘언론을 가장한 마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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