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에서 최하위 노동조건으로 알려진 서해선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했지만 언론 보도는 미미하다. 이는 언론이 파업의 구조 요인보다 이로 인한 불편 여부에 보도가치를 두는 관행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는 29일 새벽 4시25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안전인력 충원과 임금체계 개편, 숙련노동자 양성,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한다. 경기 안산과 시흥, 부천을 잇는 광역철도인 서해선은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소사원시운영(주)이 운영한다.

파업 첫날 언론의 반응은 없다시피하다. 이날 저녁 9시 현재 서해선 파업을 보도한 기사는 5건에 그친다. 김승현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선전국장은 “그간 미디어의 대중교통 파업 보도가 일기예보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교통 차질이 있으니 대비하시라’ 일변도의 기사조차 없다. 언론이 서해선지부의 파업을 깔끔하게 잊었다”고 했다.

서해선지부 노동자들은 철도·지하철 사업장 중 최고강도 업무에 시달린다. 다른 사업장에 비해 5분의 1 이하 인력이 같은 규모의 일을 맡는다. 서울교통공사는 km당 50명의 인력을 투입하지만 서해선은 6명이 맡는다. 서해선 신입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그탓에 지난해 3월부터 1년 간 퇴사자 수는 입사자의 20%에 이른다. 노조는 열악한 처우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한다. 김찬근 서해선지부 사무국장은 “이직률이 높아 숙련도는 낮고, 인력 부족으로 안전 공백은 점점 커진다”고 했다.

언론의 관심이 사라진 것은 서해선이 비서울인 데다 이용객이 비교적 적은 탓이 크다. 파업 효과를 최소화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도 한몫했다. 파업 첫날 서해선 열차운행율은 변화가 없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른 서해선 필수유지비율은 평균 68.5% 수준이다. 종점에서 열차를 돌리는 운전취급의 경우 필수유지율이 100%에 이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가 29일 아침 10시 경기 안산 초지역 통합사무소 앞에서 무기한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가 29일 아침 10시 경기 안산 초지역 통합사무소 앞에서 무기한파업 출정식을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파업보도 관점이 미보도 원인으로 꼽힌다. 언론은 철도·지하철 파업 사태를 보도할 때 노동자가 내건 요구나 사측의 사태해결 책임보다 열차 지연이나 시민 불편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탓에 관련 보도는 파업의 주목도가 크면 노조를 탓하고, 작으면 아예 보도하지 않는 식으로 양분됐다. 앞서 이달 초순 서울지하철 9호선 파업에 언론보도가 쏟아졌지만, 논조는 “교통대란” 혹은 “차질없이 운행”으로 모아졌다.

김찬근 서해선지부 사무국장은 “언론은 이번 파업이 눈앞의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아 이슈라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최악의 조건에서 일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위험한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중대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파업에 언론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