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요람까지’란 말이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이다. 이 유명한 말은 물론, 현재도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에 관한 개념이 여전히 시혜적이고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복지의 양적인 확장에 관한한 열성적인 것으로 보인다. 복지와 관련된 구호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 사이에 경쟁후보자와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포퓰리즘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제도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복지국가의 구색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복지제도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늘고 있고 노인층은 물론 장애인과 빈곤층을 아우르는 복지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어떠할까?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복지노동자는 복지서비스의 수행자이자 주체이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우리나라의 복지현실을 진단해볼 수 있는 중요한 거울이 된다. 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곧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복지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노동상담을 하다보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쉽게 접하게 된다. 요양보호사의 급여수준은 노동법상 사용자인 요양기관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급여비용에 의해 사실상 결정된다. 보건복지부의 급여비용을 영세한 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가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시설요양보호사는 휴게시간도 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재가요양보호사는 서비스 이용자의 사망이나 교체요청으로 인한 갑작스런 휴업과 해고에 취약한 실정이다. 사회복지사들 역시 형편이 좋지 않다. 한시적인 사업의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사업 종료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수의 사회복지기관이 지자체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민간위탁사업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위탁해지 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 요양보호사. 사진=ⓒ gettyimagesbank
▲ 요양보호사. 사진=ⓒ gettyimagesbank

 

복지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공감능력, 사회복지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고민들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노동량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희석되기 일 수이다. 이들의 전문적인 돌봄 노동이 허드렛일 내지 열정페이로 평가절하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열악한 복지현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 같아 괴롭기까지 하다. 1명의 요양보호사가 7명의 이용자를 담당하는 요양시설에서 제대로 된 요양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탁기관이 바뀌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민간위탁 사업장의 사회복지사가 장기적인 돌봄컨설팅을 계획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복지서비스의 많은 부분을 민간영역에 외주화하면서 재정에 대한 고민을 덜었지만 그로인해 복지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해졌고 복지의 질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복지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복지기관을 직영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재단화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바람직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경우 개선된 고용안정성으로 인하여 기관종사자는 더욱 안정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 또한 손질이 필요하다. 종사자처우에 대한 평가점수를 상향조정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여 노동법위반 사업장은 경고 조치 후 반복되는 경우 퇴출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장기 압축성장을 해오면서 ‘양’적인 측면만의 확대를 강조해왔다. ‘한강의 기적’같은 표어 속에 성장의 동력이 된 노동자들의 희생은 가리워져 있다. 21세기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나라는 그 시대의 사고에서 한 발짝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복지서비스의 양적인 확장이 이루어졌지만 서비스의 질은 낮고 복지노동자에 대한 존중 또한 없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이다. 복지노동자의 ‘복지’를 희생하여 복지수혜자의 ‘복지’를 올린다고해서 국가의 ‘(총)복지’가 올라갈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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