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출신 LGU+ 노동자가 파업하는 이유
비정규직 출신 LGU+ 노동자가 파업하는 이유
[기고]

비정규직 제로시대?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이라는 기조 속에서 자회사·무기계약직 전환 등의 공공부문 일자리창출 정책을 진행해왔다. 이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축소를 통해 고용불안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복지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인 포부와는 달리, 한국잡월드·경북대병원·서울대병원·LG유플러스·한국도로공사 등 공공부문 각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원청 직접고용이라는 성과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관통하는 의미심장한 지점은, 정부여당이 내세워왔던 ‘평등·공정·정의’의 가치가 셀 수 없는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장기저성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철폐’라는 노동자들의 투쟁기조가 형성된 것은 단순히 비정규직이라는 형식을 해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의미는 결국 ‘차별철폐’투쟁이며,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것은 노동조건의 실질적 평등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라는 선언은 결국 ‘무늬만 정규직’, ‘가짜 정규직’이라는 한숨 섞인 구호와 함께 거센 반발에 부닺히게 되었고, 이는 형식에 치중해 왔던 노동정책의 헛점들이 사례로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봉이 김선달 통신사업, 공공성 뒤에 꼭꼭 숨어라

그 중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부문이 있는데, 바로 이동통신산업이다. 이동통신산업은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기간산업인 동시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정부규제산업이다. 그러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긴요한 것으로서 독점적인 성격을 띤 우편·철도·전기·가스 등과는 달리, 통신사업의 경우 대형 통신3사(KT, SKT·SKB, LG U+)의 민영관리체계에 속해 있으며 개별 계열사는 중앙그룹의 재무결정권과 통제력 하에 기능한다. 즉, 공공재인 이동통신서비스를 민간 통신 3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과 인터넷은 국민의 삶에 깊이 침투하여 이제는 필수서비스에 가까워졌지만, 그 서비스의 가격 형성에 관해서는 통신 3사의 경쟁과 담합을 통해 결정되게 된다. 2008년 2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2009년 6월 KT의 KTF 합병, 2010년 1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 합병으로 2010년 7월 LG유플러스가 출범함에 따라 유·무선 통합사업자 경쟁 체제가 강화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 및 복지체계가 정부의 법과 지침에 따라 결정되는 공공사업장과는 달리 통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민간부문에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부의 책임성이 탈각된다. 

그 결과 통신 3사는 공공의 망관리 체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통제 권한을 행사하여, 원하청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창출된 이윤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분배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용자의 재산권에 귀속하게 되는 것이다. 

통신산업의 모든 노동문제는 이 역설적인 구조 속에서 작동하며, 현재 정부가 한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체계를 더욱 세분화함으로써 강한 규제와 정부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가 촉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시장은 104%라는 포화상태의 모바일 보급률과 신규가입 감소·정부규제강화 등의 상황에 따라 성장정체라는 위기에 대비해 앞을 다투어 신시장에 진출하고 공격적 인수합병 경쟁을 벌이는 등, 5G 시대의 수익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동통신의 과학화로 인해, 모바일·인터넷 등의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늘어났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애플과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급격한 성장이 도드라져 온 것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삼 한마음지부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삼 한마음지부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LG유플러스, 정도경영이라고?

지난 2018년 9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전수조사에 따라, LG유플러스 원청은 통신망 관리업무에 종사하던 28개 수탁사 노동자 1776명을 전원 직고용 전환하였다. 이는, 통신산업 비정규직 처우개선의 첫 걸음이자, 원청 사용자의 사회적 책무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상시적 구조조정 위협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권리회복을 촉구하는 사회적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직고용 이후에도 사업장 내부의 차별이라는 커다란 벽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차별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기 위해서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는 당장의 노동조건 격차를 급격하게 해소하기보다는, 점진적인 ‘정액(Flat-rate)’중심의 임금인상과 ‘성과형 임금체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을 진행해왔지만, LG유플러스 사측은 “(비정규직 출신인 사람들과) 기존 정규직은 입사조건이 다르다”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분을 뺏어가겠다는 것이냐.” “이정도 임금이면 망관리 노동자들을 얼마든지 새로 고용할 수 있다.” 등의 주요논리를 통해 노동조합의 차별축소·개선 요구를 교묘히 왜곡하며, 오히려 사업장 내부의 노동자간 갈등을 부추겼다. 
아울러 노동조합에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제안하며 파업권 발동에 급제동을 걸기까지 했다. 주된 논거는 비정규직 출신의 노동자들은 사회적 필수서비스에 종사하며, 국가경제발전에 주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법적으로 쥐어짜온 것도 모자라, 50%가 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사용자들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얼굴을 바꾸는 모습은 정말 몰염치의 끝이었다.

해당 직군에 처우개선에 있어서는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자들이 임단협과 필수유지업무협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정면적으로 배치되는 논리를 하루마다 바꿔가며 주장하는 풍경은, 정도경영 LG라는 미명이 얼마나 허황되고 과대포장된 것인지를 사용자 스스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평등을 향해 내딛는 한걸음이 절실하다

‘조국사태’가 몇 개월간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었던 이유는, 격화된 여야 진영싸움과는 별개로 ‘평등’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무너져있는가를 다시 한번 고통스럽게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수세적으로 방어하고 숨기기에 급급해왔던 문제는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사용자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인력 투입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돈으로 환산하는 중이다. ‘평등’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자본은 노동자의 권리마저 거래대상으로 삼는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극심한 경쟁체계 속에 형성된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정서를 이용하여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소위 민주노조에 대응하는 자본의 전략이다. 그러나 130년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노동운동가의 말처럼, 평등을 향한 이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작금의 수많은 투쟁사업장들이 이를 뚜렷이 증명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중에겐 미래가 없듯이, 해결되지 않은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LG유플러스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얼룩진 정도경영을 뼈저리게 성찰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평등을 향한 한걸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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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0-29 16:25:27
법제화는 누가 하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각지대 없는 노동법은 누가 만드는가. 국회다. 그런데 이번 국회 법안 통과율 30%, 계류된 법안만 1만5천 건이다. 정부가 각종 입법하면 뭐하나? 국회가 다 막아버리는데. 제발, 법안과 노동법 개정 통과 과정을 알고 투쟁하라. 전략적인 투쟁이 아니면 다치는 건 매번 힘없는 노동자다. 강력한 법제화는 국회가 한다. 그리고 이런 국회의원은 그대들과 내가 뽑는다. 마치,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정부 탓만 하면, 노동자는 매번 희생당할 것이다. 명심하라. 법제화는 강력한 노동환경과 복지를 만들고, 이는 국회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