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지난 24일 2018년 4월~2019년 3월까지 BBC를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프콤은 BBC가 “모든 이용자에게 고품질의 독창적 콘텐츠뿐 아니라 광범위한 뉴스 및 시사·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4분의 3이 BBC 라디오 및 온라인 서비스에 만족하고 3분의 2가 BBC TV에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젊은층의 ‘BBC이탈’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BBC가 미래에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연령대의 일 평균 BBC 이용시간은 2시간33분인데 16~34세의 이용시간은 1시간12분으로 평균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분 감소한 수치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16~24세 BBC TV 채널 도달률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BBC의 어린이 채널인 ‘CBeebies’ 시청비율도 2017년 39%에서 2018년 34%로 감소했다. 18~24세 이용자 중 BBC 웹사이트 이용시간도 일 평균 2분43초에서 2분으로 감소했다. 15~24세 BBC의 ‘iplayer’ 이용비율은 26%에 그쳤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지난 24일 발표한 BBC 연례 보고서 표지.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지난 24일 발표한 BBC 연례 보고서 표지.

오프콤은 “BBC가 과거보다 더 적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있다. 다른 공영방송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대목에서 취약하다”고 밝혔다. 오프콤은 “젊은 이용자 감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BBC는 한 세대의 시청자를 잃게 될 것이며 BBC의 능력과 영향력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 경우 BBC를 위해 수신료를 달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수신료는 연간 154.5파운드(22만7500원)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디지털뉴스리포트2019’ 보고서에서 “BBC 온라인 뉴스사이트는 너무나 많은 연성 뉴스로 젊은 독자를 중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맹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넷플릭스 세대로부터 관심이 부족해지면서 수신료 수입은 줄어들고 있고 영국 정부는 75세 이상에게 무료 TV시청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뉴스 이용비율에서 BBC TV&라디오는 68%로 여전히 1위지만, 젊은 이용자가 없다면 훗날 채널의 위기는 필연적이다. 

오프콤은 “BBC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보도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BBC가 최초로 문화 다양성 담당 이사를 임명하고 다양성 개선을 위한 50:50 이니셔티브가 있었던 것은 긍정적이다. BBC가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BBC를 향해 “다양성은 BBC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영역이다. 영국 사회의 대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계획을 더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정철운 기자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정철운 기자

이 같은 오프콤의 지적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2000~2018년 6월까지 오후 7시~11시 수도권 시청률 추이를 확인한 결과 지상파의 30대 시청률은 3분의1, 20대 시청률은 5분의1로 급감했다. 특히 2000년 당시 4.08%였던 KBS1TV의 20대 시청률은 2018년 상반기 0.76%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사는 20대 100명 중 7시부터 11시 사이 KBS1TV를 시청하는 사람이 1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관건은 젊은층을 향한 ‘존재감’이다. 

BBC의 경우 젊은 시청자를 잡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BBC는 자사의 스트리밍서비스 ‘iplayer’를 지난 8월 넷플릭스와 유사하게 바꿨다. 올해 오프콤 조사에 따르면 BBC 시청 가구의 47.7%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상황이다. BBC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는 것은 BBC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iplayer’에 올라온 콘텐츠 노출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년으로 늘리고, 시리즈물의 경우 첫회~마지막회까지 동시에 공개하며 ‘몰아보기’ 기능을 추가한 개선안을 내놨다.

오프콤은 최근 이 같은 BBC의 서비스 변경을 승인하며 “공공 서비스 방송콘텐츠의 선택 및 이용 가능성을 높이고 시청 행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BBC는 ITV와 합작한 가입형 스트리밍 서비스 ‘브릿박스’를 올해 내놓으며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맞설 계획이다. KBS는 지난 9월 MBC·SBS 등 지상파 연합 플랫폼 ‘푹’과 SK텔레콤의 플랫폼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wavve)를 내놓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젊은층을 잡기 위한 대응에 나섰으나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층 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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