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이 신문등의진흥에관한법률(이하 신문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발벗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과 조합원 대상 서명운동 등 전방위 투쟁에 돌입했다.

언론노조는 1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신문법 개정안 제안서를 만들었다. 핵심은 편집권 독립을 보장과 갈수록 영향력이 떨어지는 신문산업 지원이다.

언론노조는 신문법 개정안에 “정부는 신문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법 및 그 밖의 관련 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 감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 지원이나 특별 기금 조성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캐나다 정부가 신문산업을 살리려고 5년간 5050억원 규모의 세제 지원을 결정한 것처럼 우리도 신문사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언론노조는 대안으로 신문 구독료 세액 공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간신문 166개 사 발행부수는 963만1921부였고, 이중 유료부수는 719만3019부였다. 유료부수 기준 전체 구독료(월 구독료 2만원 기준, 연간 24만원)를 계산하면 연간 1조7263억2456만원이 나온다. 언론노조는 20%~25% 세액 공제시 정부 세제 지원금이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4315억8114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정치기부금은 제도적 성공 모델로 확보된 만큼 구독과 관련한 공제 방안은 세액 공제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불투명한 신문 유통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를 갖게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같은 이유로 세액 공제 방안이 언론계 안에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세액 공제를 위해선 신문 유료부수의 정확한 통계가 전제돼야 한다. 신문 구독에 따른 수입을 투명화시켜야 하기에 신문 종사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언론노조는 “신문의 가치는 남녀노소를 떠나 민주주의 소양의 근원지이자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재의 개념으로써 신문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언론 전체에 불신이 높은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관건으로 보인다.

신문법 개정안엔 편집위원회 설치 강제 조항도 들어가 있다. 현재 “일반일간사업자는 편집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편집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바꾸는 안이다. 신문법 개정안에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을 두지 않은 일반일간신문사업자에 대하여는 (언론진흥)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조항도 신설해 편집위원회 설치에 따른 편집권 독립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편집 자율성과 독자 권익을 중시하는 좋은 신문을 독자들이 세액 공제를 통해 구독하고, 이를 통해 신문 유통이 보다 투명해지는 선순환 구조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역언론 발전을 위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신문의 기사와 지역방송의 기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 게재하는 내용을 신문법 개정안에 넣었다.

언론노조는 “광고주는 광고 수입을 미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고 신문 내용에 간섭하려는 경향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탱할 공적 임무의 올바른 수행을 위해선 외적 자유뿐 아니라 신문사 내부의 자유를 보장해야할 필요성은 현저”하다면서 과거 신문사의 내적 자유와 독자 권익을 위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축소한 부분을 복원시키는 게 신문법 개정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 주요 종합일간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주요 종합일간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언론노조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개정안을 11월 중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상임위 통과를 통해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려고 12개 중앙지와 지방지 소속 1313명의 서명을 받았는데 언론노조 전체 조합원으로 대상을 확대해 2차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대광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제대로 된 편집권 독립을 바탕으로 신문업이 공적 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정부 지원금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고 그 중 세액 공제 논쟁이 들어가 있다.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세제법 등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손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서 구매비와 공연관람비 등 입장요금을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금액 중 우대공제율(30%)를 적용해 소득에서 공제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문 구독료를 포함시켜 소득공제를 하는 방안은 신문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논의 중이다.

이에 한대광 의장은 “소득공제율 30%는 다른 콘텐츠 형평성 차원에선 맞을지 모르지만 신문구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수준은 연간 3만원 수준 안팎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신문구독자 혜택 실효성 측면으로 보면 세액 공제 방식이 낫고, 간접 지원에 해당돼 “국가 재정상 민주주의 비용으로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한대광 의장은 세액 공제를 하기 위해선 부수의 투명한 공개가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신문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발행부수가 광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주 입장에선 현행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제살깎기이고 악순환이다. 노동계 입장에선 보면 유통 과정의 낭비적인 요소를 해소하고 병폐를 개선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신문법 개정안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지원책을 시행령에 담을 필요가 있다며 신문 유통과 독자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한대광 의장은 “이번 신문법 개정안의 방점은 편집권 독립에 있다. 조국 국면에서 검찰의 취재 방식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소한 편집권 독립(편집위원회 의무 설치)이 되면 건강한 논쟁이 이뤄지면서 언론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언론 구성원들에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내부적인 개혁을 앞당기고 언론개혁으로 갈 수 있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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