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지인 이름을 검색하려 ‘ㄱ’을 쓰는 순간 ‘ㄱㅅ사진’ ‘ㄱㅅ만지기’ ‘ㄱㅊ를 X다’ ‘ㄱㅊ를 X기’ 등 선정적인 단어가 자동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만 이렇게 뜨나 싶어 지인들에게 부탁해 확인해보니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북 자동완성 검색어는 페이스북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로 검색되는 단어를 보여주는 방식과 해당 이용자가 과거 검색했던 내역을 보여주는 방식 두가지를 섞어 배열하고 있다. 예를 들어 ㄱ으로 검색하면 자신이 검색했던 ㄱ이 들어가는 단어와 함께 해당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 중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는 식이다. 

▲ 페이스북에서 'ㄱ'을 입력했을 때 뜨는 화면. ㄱ 초성으로 시작하는 검색 기록이 있는 계정의 경우  관련 키워드가 함께 뜰 수 있다.
▲ 페이스북에서 'ㄱ'을 입력했을 때 뜨는 화면. ㄱ 초성으로 시작하는 검색 기록이 있는 계정의 경우 관련 키워드가 함께 뜰 수 있다.

개인의 과거 검색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은 ‘기본값’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검색해도 선정적인 표현이 똑같이 나타났다. 

‘ㅅ’만 검색해도 ‘ㅅㅅ하는 동영상’ ‘ㅅㅅ하는 썰’ 등 단어가 떴다. 성기를 지칭하는 자음 한 글자를 쓰자 성적인 행위를 묘사하는 표현들이 뜨기도 했다. 이 외에도 ‘ㅈㄱ’을 검색하면 ‘조건 만남’이 자동 완성되고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알몸 사진’이라는 단어가 자동 완성됐다. 가입자가 미성년자여도 여과없이 이 같은 표현이 떴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검색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완성 검색어를 보여주는 국내 포털의 경우 유사한 결과가 뜨는 경우는 없었다.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사업자의 경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차원의 공동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자동완성 검색어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페이스북과 다르다.

네이버는 고객센터 페이지를 통해 7가지 검색어 삭제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 결과가 음란, 도박 등 불법정보 또는 선정적인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등이 오타, 욕설 등을 포함하여 현저하게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하는 경우” 등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자들은 검색 결과 뿐 아니라 자동완성 검색어도 엄연히 심의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검색어 자체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규정에 위배되는 게시글을 통상적으로 24시간 내에 조치하고 있다. 검색 결과값에 (문제가 되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게 우리의 표준이다. 검색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고 판단해 터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글의 ‘자음’은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개념이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차원에서 단일 정책을 세우는데 자음으로 인한 문제는 한국의 특수성이 있어 해외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며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