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전 YTN 사장이 자신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YTN 노조에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배 전 사장과 김백 전 YTN 상무는 지난 14일 언론노조 YTN지부와 지민근 지부장을 상대로 각 3000만원과 15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노조가 주장한 허위사실이 다수 매체를 통해 보도돼 명예가 훼손되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YTN지부는 지난 9월 배 전 사장과 김 전 상무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2014년 부당해고 확인을 받고 복직한 조합원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에게 같은 이유로 2015년 1월16일 정직 5개월 부당징계를 또 내린 혐의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5일 오후 2시경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석규 전 YTN 사장과 김백 전 상무이사를 부당노동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는 25일 오후 2시경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석규 전 YTN 사장과 김백 전 상무이사를 부당노동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이명박 정부 때 구본홍 전 YTN 사장 취임 반대 투쟁을 한 이유로 2008년 10월 해고됐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2014년 11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확인을 받았으나 복직하자마자 정직 5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배 전 사장과 김 전 상무 임기 때다.

배 전 사장 측이 문제 삼은 부분은 고소 사실엔 없다. 노조가 공소시효 만료로 고소하지 못했다고 밝힌 혐의를 문제 삼았다. 노조가 고소 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배 전 사장이 보도국장 추천제를 임명제로 바꾸는 것을 강행하며 단체협약을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YTN은 2002년 10월부터 사원 투표로 세 명의 보도국장 후보를 추천해 경영진이 이 중 한 명을 지명하는 추천제를 운영했다. 2003년 9월 맺은 단체협약에 적시됐고 협약 유효 기간 2년이 지난 2009년까지도 관행적으로 유지됐다. 2005년 9월 이후 총 5명의 보도국장이 추천제로 임명됐다. 2009년 8월 배석규 당시 사장 직무대행이 “2005년 9월 이후부턴 단협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다”며 일방 폐지했다.

배 전 사장은 이번 소장에도 “단협의 법적 유효기간은 2년이다. 2005년 9월 유효기간 경과로 효력이 상실된 것이지 원고가 파기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YTN 노조는 이에 “2005년 후에도 사내 제도로 정착된 점을 보면 효력은 쭉 유지됐고, 설령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조합원 근로조건과 직결된 사안일 경우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대법 판례가 있다”며 “2014년 법원은 KBS·MBC의 파업 관련 소송에서 ‘공정방송은 방송사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보도국장 추천제는 방송 공정성과 직결된 제도”라 반박했다.

▲배석규 전 YTN 사장이 2015년 3월20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의장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배석규 전 YTN 사장이 2015년 3월20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의장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2012년 공개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에는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가 확인되며 언론계에서 불법사찰 논란이 일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2012년 4월2일 이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배석규 YTN 사장을 항의방문했다. 김백 상무이사가 조합원들의 방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2012년 공개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에는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가 확인되며 언론계에서 불법사찰 논란이 일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2012년 4월2일 이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배석규 YTN 사장을 항의방문했다. 김백 상무이사가 조합원들의 방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배 전 사장은 자신이 노조 혐오 발언을 했다는 YTN 노조 발언도 허위사실로 걸었다. YTN 노조는 배 전 사장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일 때 직원과의 회식자리에서 ‘노조는 초기에 강하게 눌러 꼼짝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YTN 노조는 “이 발언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2노조인 민주노동조합 간부들에게서 직접 제보를 받은 내용”이라며 “이 간부들도 연봉 삭감과 성과 상여금 차별 지급 등으로 배 전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구제신청을 했고 올 초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라 인정했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24일 “정권에 굴복해 공정방송을 저해하고 노조를 탄압하며 해직 사태를 장기화해 회사를 열패감의 나락에 빠뜨린 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해보겠다는 낯두꺼운 적반하장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조는 이들이 어떠한 싸움을 걸어오든, 얼마나 시간이 흐르든 개의치 않고 회사에 해악을 끼치면 혹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필귀정’의 상식을 반드시 증명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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