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봉주(59)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5일 오후 선고 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로 고소해 무고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 통합민주당 의원 정봉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3월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3월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재판부는 “이사건 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추행 사실이 있어야 한다. 피해 여성(안젤라)과 그 지인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상반되거나 실질적으로 모순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와 A씨 지인들의 진술이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진술만으로 성추행이 인정되기 어렵다. 성추행과 관련해 A씨와 지인의 진술이 있고 A씨의 진술이 무엇보다 절대적인데 수사기관을 거쳐 법정에 이르기까지 서로 상반되거나 모순되는 점이 많았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보도는 정 전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시킬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의원 측)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낙선시킬 의도가 명백했다.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전 의원이 했던 기자회견은 급속히 퍼져나가는 자극적 보도에 대한 정당한 자기 반론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기자회견은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 할 수 없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을 고소한 것도 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정 전 의원은 성추행 보도로 정치생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을 확인하고자 백방 수소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오후 1~2시 사이 정봉주가 카페에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자회견 한 것이라 범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조사해 정 전 의원과 A씨가 지난 2011년 12월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도 혐의가 상당하다고 봐 정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을 고소한 사건은 고소가 취하된 점을 고려해 각하 처분했다.

▲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애초 1심 판결 선고는 지난달 6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고 기일을 한차례 미뤘다. 이와 함께 원래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도 변경됐다.

무죄가 선고되자 정 전 의원과 그의 변호사, 지인들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토닥이며 법정을 나섰다.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정 전 의원은 “다음에 하겠다”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프레시안 측은 변호사를 통해 검사에게 항소를 주장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측은 “항소는 검사가 하는 거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판결문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판사가 안젤라 진술이 상반되거나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검찰도 이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이 지난 3월7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난 3월9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3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의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프레시안은 지난 3월16일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주장과 다른 증거를 발견했다며 프레시안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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