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프리랜서 언론인 이스마엘 알꾸브라니(Esmail Alqublani)가 한국을 방문해 “난민에 대해 다루기 전에 난민들의 상황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며, 언론인이라면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 와서 난민의 상황에대해 잘 모르는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고도 언급했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KPF저널리즘컨퍼런스의 ‘미디어와 다양성’ 특별섹션에서 예멘 출신 이스마엘 알꾸브라니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랍권 TV 채널에서 다수의 인터뷰를 해왔고 인권 관련 예멘 지역 신문사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2011년 예멘청년혁명에 참여했고, 예멘 전쟁에 반대했다가 예멘을 떠나게 됐다. 그는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고 현재는 한국 신문에도 예멘 난민과 관련된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이스마엘 알꾸브라니는 “나는 난민으로, 또 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많은 꿈을 꾸었고 삶의 목표가 많았는데 솔직히 제가 난민 될 것이라곤 생각 못 했다”며 “다른 국가의 시민이 될 거라고도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저널리즘컨퍼런스에서 이스마엘 알꾸브라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저널리즘컨퍼런스에서 이스마엘 알꾸브라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그는 우선 예멘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스마엘은 “예멘 혁명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2014년 이후 예멘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낸 기자들은 국가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기자들이 납치돼 한쪽 편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아랍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가고 '아랍의 봄'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졌다”며 “이후에 난민에 대한 글들을 쓰게 됐는데, 어떤 국가로 가든 난민의 여정은 쉽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스마엘은 언론이 난민의 이야기를 다룰 때 필요한 태도를 전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며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전쟁과 재난이 난무한 어떤 곳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하기 전에 해당 국가에 대해 공부하고 재난 상황을 연구해야 한다”며 “난민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난민이 가진 심리적 측면을 이해하시고 보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스마엘은 “언론은 난민이 다른 국가로 이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공부해야 한다”며 기자들이 근접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다고 생각했고, 어리석은 답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어리석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며 “특히 이슬람 종교에 대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은 기본적 사실 파악이 안 된 경우가 많았다. 난민이 이슬람 과거 역사의 실수를 모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물어봤다”고 지적했다. 

이스마엘은 “언론보도로 많은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도 많다. 저널리스트로서 난민을 다룰 때, 난민들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주고 난민들이 국가에 들어오면 난민으로 남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된다는 것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스마엘은 “근접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보도를 위해 굳이 직접 그 공간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나라가 얽혀있는 중동 역사에서, 모든 나라가 자신만의 정치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조할 것은 그 싸움에, 무고한 사람들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식하고 기사를 작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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