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애인권 걸림돌 기사는 문화일보가 6월14일 보도한 ‘조현병‧주폭‧분노장애…위험한 이웃들, 경찰서당 15명 꼴’이 선정됐다.

올해 장애와 성폭력 사안을 다룬 기사들은 얼마나 장애인권‧젠더감수성을 반영했을까.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는 22일 ‘장애와 반성폭력 시민감시단 새로고침’의 2019년 디딤돌·걸림돌 기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문화일보의 이 기사가 “전반에서 정신장애인을 범죄자이자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규정했다”며 “대안이나 지향점을 제시하지 않고 사건을 자극적으로 나열했고, 이는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새로고침은 이날 배포한 활동보고서에서 “분석 결과 피해자 유발론과 같은 왜곡된 통념,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 아래 작성되는 선정적 기사 내용, 장애에 대한 비하 표현 등 문제점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회의를 열고 55개 언론사에서 내놓은 87건의 기사를 분석해 걸림돌 기사 10건과 디딤돌 기사 9건을 심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걸림돌’인 보도들은 사건을 개인 단위로 좁혀 묘사하는 특징을 보였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일로만 묘사하면서 장애인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새로고침은 “성폭력이나 학대와 같은 사건을 개인화하는 것은 원인을 개인 일탈이나 정체성에서 찾도록 유도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를 생산한다”며 “특히 장애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그가 장애로 인해 얼마나 취약했는지에 집중해, 실제 연령과 무관하게 아이 같고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했다.

▲새로고침이 올해의 걸림돌 기사로 선정한 지난 6월14일 문화일보 10면 보도 갈무리.
▲새로고침이 올해의 걸림돌 기사로 선정한 지난 6월14일 문화일보 10면 보도 갈무리.

기사에서 범죄행위나 당사자를 세부 묘사하거나 가해자 언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사안을 왜곡한다. 새로고침은 “가해자의 언어를 인용하는 보도관행은 2차 피해 우려 탓에 피해자 목소리를 직접 싣기 어려워 생긴 불균형으로 추측한다. 이는 그럼에도 독자가 가해자 서사에 익숙해지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적”이라고 했다.

반면 디딤돌에 선정된 기사들은 사건 장면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데 집중했다. 올해의 디딤돌 기사로 주간경향의 8월25일 보도 ‘왜 이것은 ‘반쪽짜리’ 노동이란 말인가’가 선정됐다. 상담소는 “장애인의 저임금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인터뷰와 통계, 사례분석을 토대로 완성도 높게 풀어냈다”며 “특히 직업훈련 개념의 보호작업장 문제, 최저임금제 제외 등 장애인 노동현장 문제를 잘 짚었다”고 밝혔다.

디딤돌과 걸림돌 보도의 차이는 조현병 보도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조현병을 주제로 한 기사가 쏟아져, 모니터 대상인 87건 가운데 16건을 차지했다. 새로고침은 “어떤 기사는 사회가 조현병에 대해 갖는 편견과 혐오를 짚고 이것이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과정을 설명했지만, 다른 기사는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시민들이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했다.

▲새로고침이 올해의 디딤돌 기사로 선정한 8월25일 주간경향 보도 갈무리.
▲새로고침이 올해의 디딤돌 기사로 선정한 8월25일 주간경향 보도 갈무리.

특이점은 디딤돌과 걸림돌 보도가 언론사별로 뚜렷하게 갈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기사가 각각 디딤돌 걸림돌 보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일보의 경우 의학전문기자가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정정한 시리즈 기사는 디딤돌에, 정신장애인을 다룬 사건 기사는 편견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을 받고 걸림돌에 선정됐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측 새로고침 담당자는 “대형 언론사는 특히 장애와 젠더 맥락이 담긴 기사에서 진영과 무관하게 주류 관점을 차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폭력 보도에서도 언론사별 논조보다 개별 기자의 관점이 뚜렷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측은 “사건 자체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사적인 일로 다루거나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를 사회구조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자 개개인의 노력과 인권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래는 선정 내역.

디딤돌 기사=△왜 이건 ‘반쪽짜리’ 노동이란 말인가(경향신문) △미디어의 장애인 ‘감동 포르노’ 이제는 멈춰야 할 때(이데일리)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노동과세계) △의료, 복지울타리가 없다(부산일보) △장애인 청소년의 스킨십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오마이뉴스) △대중매체 통해 부정적 정보 취득…‘조현병 환자, 범죄 저지를 확률 높다’ 73%(한국일보) △비혼여성이자 장애여성의 홀로서기(참세상) △“조현병 위험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한국일보) △장애인 성폭력 법률지원 어떻게 해야하나(에이블뉴스)

걸림돌 기사=△조현병‧주폭‧분노장애…‘위험한 이웃들’ 경찰서당 15명 꼴(문화일보) △맞선 본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한 40대 남성…대법원 ‘징역 7년’ 확정(조선일보) △폭주노인(조선일보) △“지적장애인이면 늬들이 이해해야지!” 경찰관 폭행 30대 입건(조선닷컴) △‘남편‧부친 간병은 아내‧자식으로 당연한 일’(광주매일신문) △장애학생 폭행 교남학교 교사 울먹이며 “아이 잘되라고”(머니투데이) △장애인 성폭행 엽기적 집단학대에도 1심서 집행유예(노컷뉴스) △“6명 성폭행하고도 형량 6명뿐”… ‘군산 아내 살해범’ 딸의 호소(중앙일보) △정신장애인 기숙사 건립에…“불 지르겠다”는 지역주민도(한국일보) △발달장애인들이 맞아 숨졌다(함께걸음) (순서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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