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대기업의 영화 상영과 배급 수직 통합에 따른 기형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국회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가 멈춘 상태다. 

2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가 주최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에서는 한국 영화산업 속 CGV,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의 상영‧배급 수직통합이 어떤 기형적 구조를 가지는지 강조됐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상영 산업 CGV와 CGV의 계열사인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관계를 주목했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CJ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률과 한국상업영화의 평균수익률(영화진흥위원회에서 추산해 발표하는 상업영화 평균수익률)을 비교해보면 2011년을 제외하고 CJ엔터테인먼트는 항상 산업 평균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여왔다”며 “해당 기간 동안 CJ엔터테인먼트의 누적영업손실은 113억”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가 지속적으로 산업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음에도, ‘배급사 점유율 1위’인 이유는 막강한 계열사 극장 체인, 즉 CGV의 외부효과를 등에 업고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현상이 “시장실패를 대변하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 현장. 사진=정민경 기자.
▲23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 현장. 사진=정민경 기자.

김 대표는 이러한 영화산업의 구조가 기형적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극장 사업자인 CGV와 롯데시네마의 상영시장점유율이 전체의 80% 수준이다. 반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시장 점유율은 30%”이라며 “극장 비용(부금)이 배급사에 유리하게 형성되는 것보다 극장에 유리하게 형성되는 것이 전체 그룹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가 정상적 시장주체였다면 누적되는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극장 가격을 높이자고 제안하거나, 극장 광고 수익을 나누자는 식으로 요구해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계열사인 CGV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CJ엔터테인먼트가 희생을 감내해왔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이는 CJ엔터테인먼트가 속한 CJ ENM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중대사안”이라며 “CJ ENM 주주 중엔 국민연금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산업의 이런 구조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어렵게 만든다. 김 대표는 “대기업의 이러한 행위는 극장체인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영화배급사들을 고사시키고,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시킨다”며 “이는 심각한 경쟁 제한 행위이고 명백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지적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토론회에서 정지영 영화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토론회에서 정지영 영화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국회에서 관련법이 발의돼있지만 논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2016년 도종환‧안철수 의원, 2017년 조승래 의원, 2019년 우상호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다. 이들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금지와 스크린 독과점 금지가 골자다.

배장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개정안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나 계속해서 중요 순위가 밀려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런 구조를 변화하기 위해 영화계 상생선언, 한국영화동반성장이행협약, 한국영화동반성장 이행협약 부속합의문 등의 행동이 있었으나 구속성과 가벌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 부집행위원장은 “다양한 협약 등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가 없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정부가 강제성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참석한 정지영 영화감독은 “영화계에서 정치검열문제는 자본검열 문제로, 스크린쿼터 문제는 독과점 문제로, 미국영화의 시장지배력 문제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문제로 바뀌었고 문제제기가 가시적으로 있었으나 운동으로 발전되지 못했다”며 “오늘 지배력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이며 그들과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많은 영화인들이 그 지배력에 종속되는 것을 마다하지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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