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가 지난해 내일신문 등이 주최하는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뒤 내일신문 광고비를 타사보다 높게 줬다는 미디어오늘 보도에 은평구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은평구가 지난해 수상 직후 내일신문이 발간하는 책 1000권(1500만원)을 샀다고 보도했다. 또 수상이후 내일신문에 지급한 광고 단가가 수상 전에 비해 3배 이상 올랐고, 이는 같은해 다른 신문사 광고단가의 5~16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보공개청구와 세입세출총괄시스템 등 은평구 예산 자료와 은평구 작성 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보도의 핵심은 세금을 집행하는 지자체가 언론과 시민에게 ‘왜 내일신문의 광고단가만 더 높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밝히라는 것. 하지만 은평구 홍보담당자는 21일과 22일 통화에서 광고비 책정의 합리적 이유나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오해다” “기사를 내려달라” 등의 해명을 반복했다. 

이어 은평구는 23일 해명자료를 냈다. 은평구는 “은평구가 부당하게 신문사에 대가성 광고료를 과다 지급하는 방법으로 수상한 것처럼 보도해 은평구의 노력과 해당 상을 수여하고 심사하는 언론사와 행정안전부의 공정성까지 의심하게 하는 보도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은평구가 수상 ‘이후’에 내일신문에 광고비를 높게 줬다고 보도했을 뿐 상의 공정성이나 은평구의 실적 등을 언급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내일신문이 이 상의 공정성·신뢰성을 위해 심사비 등을 받지 않고 오히려 상금을 마련해 지자체에 지급한다는 내일신문 관계자의 발언을 기사에 담았다.   

▲ 은평구 홍보담당관실 문건. 책 구매처를 '내일신문'이라고 적었다.
▲ 은평구 홍보담당관실 문건. 책 구매처를 '내일신문'이라고 적었다.

은평구는 해명자료에서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를 구매한 것은 ‘다산목민대상’ 그간 수상단체의 혁신사례를 벤치마킹해 구정정책에 반영하고자 책자를 구매했다”며 “책을 제작한 업체인 ㈜디자인내일은 내일신문과 별도 법인이라서 수상하고 그 보답으로 책을 구매했다는 듯한 기사제목과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은평구 홍보담당관 작성 문건을 보면 해당 책자의 구매처를 “(주)내일신문 (디자인 내일)”이라고 적었다. 은평구는 과거 정보공개청구 답변에도 해당 책 발간 주체를 내일신문이라고 답했다.

디자인내일은 내일신문 직원들이 출자한 회사로 내일신문사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매체들의 디자인 인쇄를 대행하는 업체다. 디자인내일의 본사는 서울 종로 내일신문사옥 3층에 위치해 있다. 은평구는 마치 내일신문과 디자인내일이 별도 법인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주장했다.

▲ 지난해 한 시민이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에 대해 묻자 은평구 홍보담당관 관계자가 내일신문에서 발간한 책자라고 답했다.
▲ 지난해 한 시민이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에 대해 묻자 은평구 홍보담당관 관계자가 내일신문에서 발간한 책자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은평구처럼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경기도 시흥시가 해당 책자를 구매한 사실도 비교했다. 경기도 시흥시도 우수 지자체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며 각 부서별로 1권씩 총 48권 구입했지만 은평구는 1000권이나 구입했다. 

은평구는 미디어오늘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도 해명자료에 담았다. 은평구는 정부광고법 등에 따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의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광고를 진행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광고를 집행하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22일 은평구 관계자와 통화에서 ‘서울신문이나 한겨레 서울& 등에도 지방자치 소식을 전하는데 왜 내일신문 광고단가만 10배가량 높은지’ 물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은평구는 해명자료에서 “내일신문은 별도의 ‘자치행정’ 코너가 있어 자치구 기사를 집중 보도하고 있으며 지면, 인터넷, e-내일신문 등 은평구민을 비롯한 독자들의 접근성이 높아 자치구 홍보에 적합한 매체라는 종합적 판단에 중요한 구정사업 관련 광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일신문 광고는 타 언론사 인터넷 배너 광고와 달리 지면광고로 신문사 내부규정에 의한 광고료보다 오히려 더 적은 비용으로 집행했으며 타사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왜 내일신문만 단가가 높은지’를 피해가는 답변이다. 

▲ 은평구 로고
▲ 은평구 로고

한 지역신문 관계자 A씨는 23일 미디어오늘에 “지자체 홍보비 집행 근거나 데이터 없다”며 “홍보비 집행 기준이 없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A씨는 “지자체에서 광고를 집행하면 몇 면에 광고가 실리는지, 흑백인지 컬러인지, 신문은 몇 부 발행하는지 등도 확인하지 않는다”며 “그냥 신문사에 입막음용으로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하는 건 광고단가 뿐 아니라 홍보비 전반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계도지 예산현황을 보면 은평구는 계도지 예산으로 무려 5억8176만원을 썼다.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5번째로 높은 액수다.

계도지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통·반장 등에게 나눠주던 신문을 말하는데 ‘관언유착’의 대표 사례다. 여전히 지자체들이 왜 신문을 구독해서 통반장에게 나눠줘야 하는지 합리적 근거 없이 세금을 쓰고 있다.

A씨는 “솔직히 은평구에서 내일신문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은평구 소식을 많이 다루는 걸로 보면 은평 지역신문들이 더 많지 않겠느냐”고 은평구 해명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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