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소음규제, ‘자유 규제’ 안 되려면
집회·시위 소음규제, ‘자유 규제’ 안 되려면
심야시간대 집회·시위 소음 제한 및 과태료 부과 등 법안 발의
“집회·시위 보장·보호 위한 갈등 해소 차원에서 논의 이뤄져야”

지난 2014년 한 지역 경찰서가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발생한 ‘소음’ 측정 등을 엄정 관리한 경찰관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계획을 세워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개선과제로 꼽은 ‘집회현장의 소음으로 인한 생활불편 개선’ 방침(시행령을 통한 소음 규제 강화)은 집회·시위 자유와 정부 비판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꺾이지 않은 ‘촛불’ 열기로 정권이 바뀐 지금, 또다시 집회·시위에서의 소음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찰청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동주최로 ‘집회소음 규제개선 토론회’가 제기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집회 시위로 인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교통통제와 소음이라고 한다. 특히 심야시간대 주거지역 주변의 집회 소음에 대해 주민들은 수면방해 등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집회 시위 자유의 보장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생활 평온권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언론은 집회·시위로 불편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를 조명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지속된 집회와 기자회견으로 인한 소음·교통체증에 불편을 호소하며 ‘침묵시위’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군의날, 올해 현충일 행사장 인근에서는 일부 단체가 벌인 집회로 본 행사 진행에 지장이 있었다고 보도된 한편, 최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검찰개혁’ 내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이 이를 막아 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한 사례도 비슷한 맥락으로 전해졌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지난 7월 강창일 의원은 주거지역 등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심야시간’에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 인해 거주자나 관리자의 보호요청이 있는 경우 집회·시위에 대해 제한을 통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전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시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집시법 시행령은 주간과 야간을 구분해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은 주간 65dB 이하, 야간 60dB 이하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dB 이하, 야간 65dB 이하를 확성기 등 소음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경찰청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 과반은 집회 소음으로 불편함 내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행 집시법령상 집회 소음 측정방식이나 소음 규제 기준에 대해서 현재보다 강하게 집회 소음 규제를 해주기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지난 8월5일~8월12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회 소음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2.2%, 보통 24.4%에 반해 불만족은 53.3%를 차지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국가 중요 행사 장소에서의 집회 소음 규제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70.9%(불필요 27.1%)로 나타났으며, 주거지역(47.9%) 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희훈 교수는 “집회자들이 공동 의사를 표출하기위한 소음일지라도 오후 11시 이후부터 오전 5~6시까지 별도 심야 시간대 동안 주거 지역의 경우 55dB 정도로 현행 시행령의 야간 시간대보다 강하게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병원과 주거지역의 경우 주간 65dB, 야간 60dB, 심야 55dB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경우 주간 65dB, 야간·심야시간 동안 60dB △기타 지역은 주간 75dB, 야간 및 심야에 65dB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약 3분 정도 확성기 소음에 노출되면 15분 이상 해당 소음 등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해야 신체가 정상 뇌파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정 범위 소음의 발생 지속시간과 정지시간 기준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명 중 7명이 집회 자유 보장을 위해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집회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응답은 69.9%, 감수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8.9%로 나타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자 하는 집시법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집회 및 시위가 보장되고 보호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관련 법령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찰청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주최로 '집회소음 규제개선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찰청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주최로 '집회소음 규제개선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오 변호사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집회 및 시위의 본질적 특성상 이는 위력행사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일정 정도 소음이 발생하는 물리적 불편이 초래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집회 장소나 집회 태양(態樣)을 근거로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야간옥외집회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국회의사당·총리공관·법원 등 집회금지장소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소음규제 도입 당시부터 지적된 법률적 문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04년 소음규제 규정 신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소음기준 위반 시 징역,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면 집회 또는 시위에 있어 의사표현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집회주최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집회의 자유가 공공 안녕질서와 직접적으로 심각하게 충돌을 일으킨 경우 헌법에 따라 제한할 수 있으나 소음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 무력화하는 것이며, 각 소음기준은 대통령령이 아닌 법률로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 마련을 위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도 권고한 바 있다.

민경복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야간소음 규제 강화는 공중보건 측면을 고려하면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거주지에 머무르기 때문에 소음 발생 시 그대로 노출되며, 장소를 이동하거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보건 상 취약점이 강조된다”면서도 “그러나 환경 소음 관리가 법적 규제 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예로 △도시 지역 건물에 대한 음향 반사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건물 외벽에 흡음자재를 사용하도록 유도 △소음의 건강영향에 관한 전 국민적 홍보작업 또는 캠페인 등을 제안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10-23 14:32:20
국민이 자기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넓은 광장을 확보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시민 각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세금을 받고 일하는 모든 이가 들어야 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