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가 세상을 떠난 후, 악플 규제 방안이 다방면에서 나온다. 방안들 가운데 인터넷 실명제도 다시 거론된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했고, 악플 방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악플 방지 방안으로 떠오른 건 설리가 세상을 뜬 직후부터였다. 찬성 여론도 높았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찬성(매우 찬성 33.1%, 찬성하는 편 36.4%) 응답이 69.5%였다. 반대(매우 반대 8.9%, 반대하는 편 15.1%) 응답(24.0%)의 세 배에 가깝다. ‘모름/무응답’은 6.5%였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출처=리얼미터 홈페이지.

정치권도 인터넷 실명제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악플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 처음이 아니다. 극단적 선택만 하지 않았을 뿐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대중문화인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인터넷 실명제, 악플 방지법이 필요하다. 악플을 표현의 자유에 넣어 방치하는 게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명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댓글 작성자 아이디와 IP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설리법’도 발의된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1일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으로 “댓글 작성시 책임감을 높이고 숨은 폭력이자 간접살인인 악플을 근절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을 공개하며,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높이고 처벌 강화로 가짜뉴스나 허위 사실 등 댓글 부정행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러스트=권범철 화백.
▲일러스트=권범철 화백.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했다. 또 현재도 인터넷에 댓글을 쓰면 IP추적 등이 가능한 사실상 준실명제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다시 도입해도 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도 크다.

2012년 8월23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릴 당시 헌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데, 본인 확인제는 인터넷 이용자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위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201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방 게시글이 실명제 이전 13.9%에서 실명제 이후 12.2%로 줄어들었다. 반면 글을 게재한 사람의 수는 2585개에서 737개로 급감했다. 악플 방지 효과는 작지만 표현의 자유는 대폭 위축됐다. 

다만 최근 혐오 표현 등이 지나치게 남발돼 혐오 표현에 한정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도 또 헌법소원하면 다시 위헌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달라진 사회 상황을 고려해도 국가가 일괄로 모든 서비스에 실명제를 강제하면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추적하면 IP 등을 알 수 있어 사실상 준실명제라 볼 수 있고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 처벌 가능한 수단이 있다”며 “인식과 문화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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