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세계 평균 속도보다 3배 빠르게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제주 해수면은 최근 40년간 20cm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온실효과로 지구 온도가 높아지며 빙하가 녹은 탓이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해수면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2일 녹색연합이 주최한 ‘한반도 생태계 기후변화포럼’에서 국립농업과학원 김명현 박사는 “먹이사슬이 단절되고 생물계절이 변화하며 돌발 병해충 발생·확산에 따른 농업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며 “농작물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에 따른 식량 안보 위기가 우려되고 강수량이 증가하면 토양유실량 증가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명현 박사는 “기온 상승에 따라 사과나 배 같은 작물의 개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과수 품질 저하를 비롯해 온도 상승에 따른 재배지 북상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온 1℃ 상승 시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81km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상승한다”며 “사과나 배의 재배면적은 2090년경 강원도 일부를 제외하곤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박사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증가하고 낱알 무게가 감소하며 미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성도 평년(1981~2010년) 대비 2050년 26.5% 감소가 예측된다”고 밝혔으며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돼지 수태율이 증가하고, 닭의 생산성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닭의 경우 22.2℃ 기준 산란수에 비해 32℃에서 산란수가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젖소의 경우 열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열대야 기간 중 젖소의 우유생산량이 8.5% 감소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cimatereanalyzer.org 캡처
▲cimatereanalyzer.org 캡처

바다도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 오현주 해양수산연구관은 “수온이 올라가면 식물 플랑크톤이 못 견딘다. 식물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해양생물 수가 줄어들 것이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어종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으며 “이산화탄소의 물속 함유량이 늘어나면 알의 부화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현주 연구관은 “한반도 주변 바다가 아열대가 되면 새로운 어종이 올라오겠지만 지금 탄소 저감을 하지 않으면 전 세계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지난 8월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토지 특별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토지 황폐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채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육지표면 평균 기온은 무려 1.53도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바다를 포함한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0.87도)의 2배 수준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수정 박사는 “토지는 인간의 압력을 받고 있다, 토지는 해법의 일부다, 그러나 토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하며 “기후변화는 토지 황폐화·사막화의 속도와 규모를 악화시킨다. 토지 황폐화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탄소흡수기능 감소로 이어지며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하며 한국도 예외의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IPCC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토지는 지구 전체 토지의 약 28%에 불과했다. 유례없이 강도 높은 토지이용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명수정 박사는 “식량 안보와 생물 다양성, 생태계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오에너지에 토지를 얼마나 할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의 ‘기후 침묵’(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침묵)을 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인간은 자연 생태계 없이 살 수 없지만 (위기를) 체감할 수 없어서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후변화는 재앙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정적 예산확보를 통한 기후변화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한 영향 평가를 넘어 리스크 관리 측면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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