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했지만 그와 관련한 언론보도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신상털기식 보도, 검증 없는 검찰발 보도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언론의 고위관료 검증은 정당한데 ‘기레기’로 매도하는 건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KBS의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가 왜곡됐고, KBS가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확인한 건 잘못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KBS 안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KBS기자들은 검찰과 내통했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장에 따라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린 기자로 낙인이 찍혔다.

이 때 나온 언론노조 KBS본부의 입장은 주목을 받았다. KBS본부는 “KBS 기자들의 열정과 신념을 무엇보다 존중한다. 조국 장관 관련 보도 역시 이 같은 정신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어떤 취재의도를 정해놓고 불순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확신한다”며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KBS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지적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이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행간으로 보면 KBS 인터뷰 왜곡 논란은 의도된 게 아니지만 인터뷰 내용과 관련한 국민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는 정도다.

지난 18일 나온 전국언론노조 성명도 내부에서 홍역을 치뤘다. 언론노조는 윤중천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한겨레 보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겨레 기자를 고소한데 이어 국감에서 한겨레가 1면에 사과를 할시 고소 취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이제껏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국민과 언론노동자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먼저 사과를 구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이 성명은 또 다른 분란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바른 길을 찾고자함이며, 우리 언론노동자부터 그리고 검찰도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제안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조국과 관련한 보도로 인해 언론에 대해 실망한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 진실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또 다시 기레기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언론노동자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조국과 관련한 보도로 인해 언론에 대한 실망한 국민”이라는 대목에서 어떤 보도들이 문제였는지 “국민과 언론노동자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성명에 대한 바깥의 반응은 조 전 장관 관련 과잉보도를 언론노조가 방치했다면서 질타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성명은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본부장 및 지부장)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한 중집위원은 “국민들한테 사과하고 언론노동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며 “현장에서 말도 안되는 조리돌림과 성희롱과 무차별 댓글 테러에 공격당하는 기자들 대다수가 우리 조합원”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며 ‘사과’라는 표현을 수정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임원단 회의를 열어 논의 끝에 이미 성명이 기사화된 상황에서 성명 수정은 또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국언론노조 로고.
▲ 전국언론노조 로고.

한 중집위원은 “기레기니 하면서 잔반적인 언론 불신 분위기에 편승해 조합원들이 부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조국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평가는 있어야겠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언론노조가 비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증이 과해 정치적 의도를 갖는 기사가 있는 반면, 진지하게 취재를 해서 과거 정부에 대한 비판과 동일한 잣대로 기사를 쓴 것도 많다.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신상털기식 보도를 언론노조 조합원이 했느냐 여부에 따라 사과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과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고 허공에 활을 쏜 듯한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집위원도 “뻔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중집위원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를 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론의 과잉취재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소속 단위의 모든 보도가 잘못된 것처럼 국민에 사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성명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조국 관련 언론보도가 남긴 과제가 많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국민과 언론노동자 양쪽에 모두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다. 세대간 논쟁 뿐 아니라 보도국 데스크와 일선기자, 기자와 피디가 느끼는 조국 사태에 온도차가 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저널리즘이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류 언론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에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여러 의혹에 사명감을 갖고 원칙대로 보도했다는 주장과 함께 미디어 이용자들이 충돌하는 양상에 따라 프레임으로 형성된 게 있다”면서 “(언론계) 내부에서도 터놓고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했는데 조국 보도와 관련된 언론의 관행과 저널리즘 원칙 문제를 포함해 미디어 이용자 의견까지 반영해 조국 사태가 한국 저널리즘에 남긴 과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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