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가 지난해 내일신문 등이 주최하는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뒤 내일신문에서 발행한 책을 대량 구입하고 내일신문 광고비를 타사에 비해 높게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산목민대상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정신을 행정 현장에서 구현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상이다. 내일신문과 행정안전부가 주최해 ‘다산목민대상 심사위원회’를 꾸려 수개월 간 다수 지자체를 평가해 매년 대통령상(대상) 1곳과 행안부장관상(본상) 2곳을 선정한다.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은평구는 10회(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내일신문은 지난해 5월14일 1면과 5면에서 다산목민대상 시상식 소식과 당시 김우영 은평구청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 지난해 5월14일 내일신문 5면.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당시 은평구청장 인터뷰 기사
▲ 지난해 5월14일 내일신문 5면.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당시 은평구청장 인터뷰 기사

정보공개청구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가 은평구에 지난 2017년 7월1일부터 지난 5월15일까지 은평구 광고비 지출 세부내역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은평구 홍보담당관 자료를 보면 은평구는 상을 받은 다음 달인 지난해 6월 내일신문에서 발간한 ‘다산에게 길을 묻다’란 책 1000권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해 은평구와 보건소 각 부서와 동주민센터에 배포했다. 구와 보건소 38개 부서에 부서별로 20권씩 총 760권, 16개 주민센터에 각 15권씩 총 240권을 배포했다. 

은평구는 책 구매에 총 1500만원을 썼는데 ‘홍보담당관 신문 등 구독예산’에서 750만원, ‘기관공통 사무관리비’에서 750만원을 충당했다.

은평구는 “내일신문 주관 ‘다산목민대상’ 제정 10주년을 기념해 그간 수상단체 모범 사례 등을 담은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를 구매·배부해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책 구매이유를 밝혔다. 

▲ 다산목민대상 제정 10주년 기념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 구매 배부 계획 자료 중 일부. 자료=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 다산목민대상 제정 10주년 기념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 구매 배부 계획 은평구 자료 중 일부. 자료=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과거 다산목민대상을 수상한 지자체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전년도인 2017년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경기도 시흥시는 지난해 6월 해당 책자 48부를 구매해 각 부서별로 1부씩 배포했다. 은평구는 시흥시에 비해 약 20배를 구매한 것이다.  

은평구는 자신들이 수상한 뒤 내일신문 광고 예산을 이전보다 높게 책정했다. 

‘은평구 광고비 지출 세부내역’을 보면 지난해 10월과 12월 각 550만원씩 총 1100만원을 내일신문 광고비로 책정했다. 은평구는 전년도인 2017년도 10월(창간기념광고) 110만원, 12월 220만원 등 총 330만원을 내일신문 광고비로 책정했다. 상을 받은 이후 광고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타사에 비해 5~16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세입세출총괄시스템 지난해 은평구 자료와 정보공개청구 답변 등을 보면 지난해 ‘창간기념광고’ 등 명목으로 은평구는 내일신문에만 550만원을 지급했고, 아시아경제 등에 110만원, 서울신문에 77만원, 경향신문·문화일보·아주경제·한국경제 등에 각 55만원, 매일경제에 33만원을 지급했다. 

▲ '내일신문 창간 25주년 기념 광고 의뢰' 은평구 자료 일부. 자료=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 '내일신문 창간 25주년 기념 광고 의뢰' 은평구 자료 일부. 자료=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은평구는 같은해 12월에도 내일신문에만 55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달 서울은평신문·은평신문·21은평news 등에 ‘신년광고’ 명목으로 각 55만원을 지급했고 국민일보·문화일보·아시아경제·헤럴드경제 등에는 ‘홍보’ 명목으로 각 110만원을 지급했다.  

다산목민대상은 언론사와 행안부에서 주최하는 대통령상과 행안부장관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지자체 실적이다. 내일신문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포상이라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공무원들에게 돌아가는 게 있을 수도 있다”며 “금전적으로 보면 내일신문이 대통령상은 2000만원, 행안부장관상은 1000만원씩 상금을 준다”고 말했다. 

은평구가 광고단가를 높이고 책을 구매한 일이 수상의 대가성격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내일신문 관계자는 “광고 등은 일괄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건 없다”며 “내일신문이 주최 자격으로 심사비·접수비 등을 받지 않고 오히려 상금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는 수상 직후 내일신문이 낸 책을 구매하고 광고단가를 높인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은평구 홍보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상 받은 지자체들 벤치마킹 차원에서 책을 구매한 거고 광고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면서 “다른 지자체도 간혹 필요할 때 크게 (광고를) 주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특별한 경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전혀 그런 게(수상에 대한 보답 차원이) 아니”라며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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