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의 여성 기자를 1년에 걸쳐 수십 차례 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경제신문 전 편집국장이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지난 16일 이아무개 전 현대경제신문 편집국장의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강요, 모욕, 폭행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이 전 국장에 8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현대경제신문에도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직원 폭행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법원은 이 전 국장이 현대경제신문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1년에 이르는 장기간 폭행, 상해, 강제추행, 강요, 모욕 등 다수 범행 저질렀고, 범행 경위, 내용, 횟수 등을 종합하면 각 범행의 정도가 매우 무겁고, 피해자가 입은 육체 정신적 충격 정도도 매우 중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판사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목격자가 있거나 범행 상황이 녹음된 일부 폭행에 관해서만 자백할 뿐 대다수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금전적으로라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피고인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 전 국장의 위력에 의한 추행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4차례 반복됐다. 이 전 국장은 술자리에서 피해자 A씨 팔에 볼펜으로 오선지를 그리고 기타치듯 팔을 더듬어 추행하거나 입맞춤을 시도했다. 회사에서 A씨 허리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A씨 무릎에 앉으려고 몸을 접촉한 행위도 추행으로 인정됐다.

강제추행죄가 적용된 성추행도 5건 더 있다. 이 전 국장은 취재원들과 술자리에서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손을 뻗어 A씨 허벅지를 만지거나 A씨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설 때 손으로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법원이 인정한 폭행 사건은 22차례다. 대부분 이 전 국장이 주먹으로 A씨 팔, 허벅지 등 신체를 수차례 가격한 내용이다. A씨는 이 때문에 멍이 든 적도 있다. 이 전 국장은 A씨에게 박치기도 했고 양손으로 목을 조르거나 소주병으로 A씨 팔을 때리기도 했다. A씨를 식당 밖으로 불러내 돈을 빌려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하자 A씨를 폭행한 기록도 있다.

유죄 인정된 강요 행위는 6건, 모욕행위는 3건이다. 이 전 국장은 A씨가 음주를 거부할 때 한손으로 A씨 양손을 잡고 한 손으로 그의 입에 술을 넣어 마시게 했다. 이 전 국장은 또 고추잡채 꽃빵을 자기 콧구멍에 넣었다 뺀 다음 A씨를 협박해 다른 음식과 싸 먹게 했다. 취재원이나 동료 기자들 앞에서 성희롱에 준하는 모욕을 2차례 했고, ‘왜 때리냐’ 항의하는 A씨에게 “니까짓 게 무슨 체면이냐”고 말하며 모욕했다.

이 전 국장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자체에 구체성, 일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목격자 진술, 업무용 수첩의 기재 등에 의해 뒷받침 되므로 신빙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술자리 동석자들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목격한 폭행 장면을 증언했고, 같은 폭언·폭행을 당한 현대경제신문 기자들도 여럿인 게 확인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외상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을 겪었고 일부 질병에 한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서부지사는 지난 15일 “A씨가 편집국장으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성추행 등을 당했고 고소 과정에서 해고를 당한 사실이 확인되며, 이로 인해 외상 스트레스 장애, 주요 우울증 에피소드가 유발됐다고 볼 수 있다”며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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