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시행을 보완입법 또는 ‘계도기간 부여’와 같은 행정조치로 보완하겠다는 청와대 발표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약속이 농담이었느냐며 11월까지만 참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도 이미 준비기간을 1년10개월이나 줬는데 계도기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내놓았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0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 ‘탄력근로제’ 등 입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어떤 형태로든지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국회 차원의 입법 동향을 보면서 입법이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또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기업은 정부의 행정조치가 너무 늦으면 불확실성이 길게 가는 측면이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서 ‘계도 기간’ 같은 것을 포함한 보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부 차원의 보완방안이 계도기간 설정이나 처벌유예이냐는 기자 질의에 황 수석은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에도 일정한 계도기간을 뒀고, 50인~299인 기업은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탄력근로제 입법이 안 되면 단기간 내 생산방식 개편을 하기 어려워 그런 부분을 포함한 보완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답했다.

황 수석은 보완방안 발표시점을 12월이면 너무 늦기에 11월초까지 입법논의, 12월 이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최근 고용동향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최근 고용동향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21일 내놓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보완’이라는 거짓 뒤에 그만 숨고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노동자에게 그간의 노동시간 단축 약속은 ‘농담’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이미 시행중인 52시간 노동제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생전 처음 듣는 느닷없는 날벼락이라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중소 사업장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에 방치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대변인은 “장시간‧저임금 노동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와 국회의 지긋지긋한 역주행에 인내할 수 있는 시한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11월”이라고 밝혀 11월 이후 투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한국노총도 21일 논평을 내어 “청와대가 밝힌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 유예’에 반대의 뜻을 밝힌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법안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한 이유는 작은 사업장일수록 준비기간을 더 오래 부여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안 통과일로부터 1년10개월, 300인 이상 사업장 도입일로부터는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을 더 부여했다. 한국노총은 이를 두고 “따라서 추가의 계도기간은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 시행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거나 준비 중인 곳이 92.8%(준비완료 61.2%, 준비 중에 있음 31.8%)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제도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나서는 것이 이제 정부의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법개정이나 행정조치에 나설 경우 향후 사회적 대화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노총은 “청와대와 정부가 마련할 보완책은 노동시간단축 제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제도 안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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