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노동 횡행하는 ‘막내작가’ 근로계약 맺어야
공짜노동 횡행하는 ‘막내작가’ 근로계약 맺어야
상근·장시간노동·잡무 도맡는 ‘막내작가’ “‘프리’ 없는 프리랜서”

“오전 10시 출근해서 퇴근하면 밤 12시, 일찍 가면 11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 맡은 주에는 토요일까지 주 6일 상근으로 일한다. 재택근무는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정산, 비품을 사거나 결재 받는 일, 방문객 등록, 주차 할인 업무까지 한다. 임금(주급)은 45만원인데 세금 떼어서 43만5000원? 방송이 죽으면(결방·휴방 등) 돈을 못 받는다. 겸업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막내작가’는 노동자다. 프리랜서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프리’(free)가 없다.”

KBS에서 ‘막내작가’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영상을 통해 국회에 본인이 처한 노동현실을 알렸다. 원고 작성 등 소위 ‘입봉’에 이르지 못한 방송작가들은 ‘막내작가’라 불린다. 프로그램과 직접 관련된 업무 외에도 각종 의전과 심부름 등 잡무까지 도맡는 이들의 노동은 ‘막내’라는 호칭 속에 응당 거쳐야 할 관문처럼 포장돼왔다. 여느 정규직처럼 한 방송사로 출퇴근하며 일하는 이들에게 ‘프리랜서’라는 지위는, ‘언제 잘려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엔 지난 2017년 출범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이미지 지부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각지대에 놓인 ‘막내작가’들의 근로계약 필요성을 전했다.

이미지 지부장은 “증언을 이유로 해당 작가가 KBS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길 요청드린다”고 당부한 뒤 말을 이어갔다. 그는 “방송작가들은 휴일·야간·밤샘근무가 일상이지만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해진 ‘원고료’ 외에 수당이 없다. 이직이 대단히 빈번함에도 프리랜서란 이유로 실업급여 등은 전혀 받지 못한다. 임금체불의 경우 외주제작사에서 빈번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며 “실태조사를 해봤더니 봄·가을 방송사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 기획하는 단계에서 작가들 노동력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절반 이상이 기획료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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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경우 지난해부터 ‘프로그램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일부 기획료를 지급한다고 밝혔으나 이행되지 않는 경우들이 파악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오성일 KBS 인력관리실장은 지역 KBS에서 연구개발비 지급이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 질문에 “경우에 따라 다른데, 지역은 지급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KBS에서 의원실에 준 것은 ‘해당사항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이런 말을 버젓이 하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오 실장이 현재 방송작가가 ‘직원’ 범주에 들어있지 않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KBS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돈 안 주고 일 시키는 것에 ‘직원 범주가 어떻고’ 변명이 되느냐”고 거듭 질타했다. 오 실장은 “과거 부실했던 측면을 인식하고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감장 화면에 KBS 프로그램 관련 방송작가 구인 게시글들을 띄우며 “제작사 사정에 따라 야근이 있다고 돼 있지만, ‘야근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한달 180만원을 준다고 하고 야근을 4.4시간 이상 하게 되면 그 이상은 ‘공짜야근’, ‘불법야근’이다. 공영방송 KBS가 어떻게 공짜야근을 시킨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여성이 대다수인 방송작가들이 임신·출산을 위한 기본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 지부장은 “(아이를 낳으려면) 무급출산휴가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송작가들 출산율 통계를 내보면 대단히 미미할 거다. 역대 정부들이 저출산 대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방송작가를 지원하면 큰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방송작가지부가 진행한 ‘모성권 관련 실태조사’ 결과 방송작가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여성작가 70.8% “자유롭게 임신결정 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방송제작인력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방송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분들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중 방송작가도 320명 포함돼있다. 실태조사를 토대로 근로자성 있는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에 대한 근로감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지부장은 “작가노조가 실태조사에 여러 측면으로 협조해왔다. 그런데 320명 안에 드라마·예능·구성·보도국 작가가 다 들어가 있다. 그 안에 선배급 작가와 통상 ‘막내작가’ 등이 다 들어가 있다. 그 정도 실태조사로 소위 말하는 방송작가 실태를 구별할 수 있을까”라며 “모든 작가들이 100% 근로자성이 있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 김수현 작가 같은 분들은 전혀 근로자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증언한 KBS 막내작가는 누가 봐도 근로자성이 100% 있다. 그럼에도 실태조사가 나온 뒤에야 (노동부가) 움직인다고 하니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이 서로 책임을 돌려왔다며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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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0-21 20:19:39
중요한 것은 국회를 통한 법제화다. 아무리 시행령으로 고친다 한들, 정권이 바뀌면 초기화된다. 법제화가 가장 중요한 걸 왜 모르는가. 그리고 KBS가 민영화되면 그대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민영화 이후 포스코나 KT 직원 수를 보라. 공공기관은 취약계층을 위해 적자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공기관에 수익논리를 대면 민영화밖에 답이 없다. 지금 일본이 태풍으로 손해를 입은 것을 보라. 과거 민영화됐던 도쿄 전력이 피해 복구를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하는가? 오히려 복구가 수익성을 이유로 몇 주 늦춰진다. 후쿠시마 원전은 어떤가. 원자로가 아까워 30시간 낭비해 더 큰 피해를 봤다. 총선(노동을 존중하는 국회의원 투표)을 이겨 노동법을 개정해 법제화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