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탓 하는 언론, 보도 윤리부터 지켜라
악플 탓 하는 언론, 보도 윤리부터 지켜라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언론이 유명인의 죽음을 보도하는 수준이 매우 심각합니다.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언론들은 구설수에 오른 고인의 사진을 메인에 쓰는가 하면, 고인의 죽음 이유를 마음대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고인의 시신이 운반되는 과정까지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에 게재했습니다. 유명인의 죽음으로 장사하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아직도 심각합니다.

그간 있었던 논란, 굳이 상세하게 적을 필요 있나

한국기자협회가 발표한 <자살보도 윤리강령>은 자살 보도 방식이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살 소식을 보도하는 언론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자살을 다루는 기사는 더 심혈을 기울여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는지, 자살을 미화하지는 않았는지, 유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자살 보도에 신중한 태도가 요구되는 데 반해, 고 최진리 씨의 사망 이후 지면을 통해 게재된 기사들에는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이 자세히 담겨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악플 시달린 연예인 설리, 숨진 채 발견>(10월15일, 권상은·김수경 기자)에서 고인의 극히 개인적인 주변관계와 그간 고인이 휘말렸던 각종 온라인상의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스물다섯 설리, 악플에 떠났나>(10월15일, 이경진·임희윤 기자)에서 기사제목부터 사망원인을 단정하면서, 과거 고인이 휘말렸던 온라인상의 논란을 전하며 논평했습니다. 고인을 둘러싼 논란을 고인의 사망 소식과 함께 전달한 언론들은 고인의 인격을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을 당시에도 언론의 클릭 장사에 자주 희생됐던 고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숨진 이후에도 기사로 소비된 것입니다.

사건 원인 추측하는 언론들

언론은 고인의 죽음 이유를 계속해서 궁금해 하고, 추정했습니다. 서울경제의 <설리 사망, 포털 연관검색어엔 ‘노출’ 이슈...결국 악플이 문제였다>(10월14일, 김진선 기자)와 한국일보의 <여성 혐오 등 악성 댓글 못 견뎠나… 배우 설리, 자택서 숨진 채 발견>(10월14일, 강진구 기자)에서는 고인의 죽음 이유를 거의 확정짓고 있습니다. 물론 고인이 살아있을 당시 악성댓글에 시달렸다는 것은 고인이 직접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을 만큼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죽음의 이유를 추측하는 것과 언론이 발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언론이 고인의 사망 이유를 단정해버리는 순간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그것은 사망이유가 되어 버립니다. 한국기자협회가 개정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3.0>에서도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로 유발됩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자살 동기만을 보도할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서 보여주지 말래도 계속 유서 언급하는 언론들

<자살보도 권고기준3.0>은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습니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유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는 오래 전부터 계속 되어 왔지만, 아직도 유서 내용에 집착하는 언론들은 존재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악플 시달린 설리, 극단 선택… 집 안서 심경 담은 메모 발견>(10월14일, 최모란 기자)에서 “집 안에선 유서로 보이는, 설리가 자신의 심경을 적은 메모장 등이 발견됐다.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듯 여러 심경을 적었다고 한다. 유서로 보이는 메모는 맨 마지막 장에서 발견됐다. 날짜는 적혀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메모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기사 내용에도, 제목은 ‘메모 발견’입니다. 국민일보도 <설리 자택 안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 심경 변화 담긴 긴 글>(10월15일, 천금주 기자)에서 메모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언론들은 대중들에게 유서 내용을 궁금해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언론들이 유서의 내용을 알려줄 것처럼 제목을 실었습니다.

MBC <설리,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괴롭다’ 메모 나와>(10월15일, 박윤수 기자), 중앙일보 <“괴롭다” 메모 남기고 떠난 설리…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 없다”>(10월16일, 최모란 기자), 국민일보 <“힘들다, 괴롭다” 설리 노트 마지막 장에 적혀있던 말>(10월16일, 박민지 기자) 등 고인의 메모 일부를 기어코 기사로 옮긴 언론들도 있었습니다.

악플을 재생산하는 언론

언론이 고인의 사망 이유를 추정하면서 오히려 악성댓글이 재생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악성댓글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알아보는 식의 보도입니다. 전혀 악성댓글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일 뿐만 아니라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동입니다. 온라인 뉴스를 중심으로 악플을 재생산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인사이트는 <설리 사망 소식에도 계속 달리고 있는 ‘악플’ 수준>(10월15일, 디지털뉴스팀)에서 그간 고인을 향했던 악성댓글들을 하나하나 소개했습니다. 악성댓글 근절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오히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아주 나쁜 보도행태입니다. 위키트리도 <“하루 종일 울었다” 과거 설리가 ‘가장 상처받았다’고 말한 악플>(10월15일, 심수현 기자)에서 악플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지상파 방송뉴스에도 이런 보도 양상이 보였습니다. MBC는 <‘얼굴 없는 살인자’ 악성 댓글에‥‘벼랑 끝’ 몰려>(10월15일, 이재욱 기자)에서 “그룹 에프엑스의 전 멤버 설리, 최진리 씨는 생전에 무수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라면서 당시 달렸던 악플들을 소개했습니다. JTBC <추모글까지 찾아 ‘악플 폭력’…동료들 “법적 대응”>(10월15일, 서효정 기자), TV조선 <포커스-고인에게도 몹쓸 댓글… 어둠 속 비수 ‘악플’>(10월16일, 조덕현 기자)도 비슷하게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TV조선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들이 남아 있습니다”라면서 댓글들을 읽었습니다.

이러한 언론들의 기사들은 외관상 악플을 비판한다는 형태를 띠고 있어 더 문제입니다. 언론사 기사 댓글은 악성 댓글이 활개 치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이고, 악플을 받은 당사자가 언론보도들을 모니터하면서 가장 스스로에 대한 악성 댓글을 접할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또한, 미디어오늘 <설리 기사 쏟아낼 땐 언제고 ‘악플’만 문제?>(10월16일)에서 지적했듯 언론은 악성 댓글을 유도하고, 키우는 장본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악성 댓글을 유도하는 자사 기사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악성 댓글을 강력하게 자율 규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더도 덜도 말고 위선적인 행태에 불과합니다.

주변인 추모의 말 무분별한 기사화는 ‘악플 이정표’일 뿐

인터넷 언론인 위키트리는 고인의 사망과 관련된 뉴스를 다량으로 생산했습니다. 위키트리는 고인의 사망 이후 나흘동안 총 73개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17일 오후 5시30분 기준). 위키트리는 고인의 생전 발언, 동영상, 그리고 동료 연예인의 추모 물결 등을 주요 기사감으로 삼았는데, 그중에서도 동료 연예인의 SNS에 올라온 추모 글이 기사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자가 설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크게 충격받아 내린 결정>(10월17일, 채석원 기자), <같은 팀 멤버였던 빅토리아가 설리에게 남긴 짧은 문장 3줄>(10월17일, 빈재욱 기자),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세상을 떠난 설리를 추모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10월17일, 채석원 기자) 등의 기사였습니다. 위키트리는 이렇게 고인과 관련있는 연예인의 SNS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며 고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기사화했습니다. 위키트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기사를 생산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추모는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고, 만약 고인에 대한 평가를 전달할 목적이라면 추모의 말들은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보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고인의 주변인들을 개별적으로 조명하는 기사를 낼 경우, 고인의 인간관계를 잘 모르던 악성 댓글범들에게 일종의 ‘이정표’를 세워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로 언론들에게 호명된 일부 연예인들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위키트리는 황당한 음모론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위키트리는 <종현 사망 후 666일 뒤에 설리 숨진 것이 황당한 음모론의 근거?>(10/15, 채석원 기자)라는 기사에서 음모론을 소개했다가 현재는 기사를 내린 상태입니다. 음모론이 터무니 없다는 취지로 쓰여진 기사였지만 검증되지 않은 황당한 이야기를 기사화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해보입니다.

사망 보도에 굳이 사진이 필요한가?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속보 가운데, 논란이 된 사진을 쓴 언론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신문, 헤럴드경제, 톱데일리, 국민일보는 고인이 살아있을 당시 구설수에 오른 사진을 썼습니다. 사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위 언론들은 모두 사진을 변경하고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또한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기자들이 고인의 집으로 달려가 찍은 사진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리케이트가 쳐진 집을 밖에서 찍은 것은 물론 수습된 고인의 시신이 운반되는 과정까지 사진에 담았습니다. 병원까지 따라가 구급차 사진을 찍어 여러 장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찍어 온라인에 올린 언론들로는 더팩트, 마이데일리, 스포티비, 뉴스엔이 있습니다.

어뷰징 기사도 어김없이 횡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외뉴스통신은 ‘논란의 사진 한 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기사를 냈지만, 막상 클릭해보면 바리케이트가 쳐진 고인의 자택 밖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게 클릭장사를 하려는 언론들이 가세하며 사진 기사들의 보도 행태는 한층 더 심각해졌습니다. 언론들은 해당 사건이 사진기사로 게재되기 부적절한 사건임을 간과하고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보도 양상에 네티즌들이 ‘그만하라’며 댓글로 기사를 비판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사망한 연예인 리스트는 왜?

사망 보도가 나온 이후 뉴시스는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10/14, 남정현 기자)라는 제목으로 1990년도부터 2019년까지 사망한 연예인들 리스트를 기사로 옮겼습니다. 현재 이 기사는 뉴시스 홈페이지에는 삭제되어 있고, 타사에 전제된 기사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왜 현 시점에 이런 리스트를 발표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비판을 가했습니다. 댓글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기사를 왜 쓰시죠?’, ‘이런 기사를 쓰는 이유가 뭐죠? 기사 내리세요 보도 윤리라는 걸 모르시나요?’등의 비판 여론이 많았습니다. 유명인의 죽음에 대해 몰인격적인 기사를 내는 것도 모자라 본격적으로 클릭 장사에 나선 언론의 행태에 네티즌들이 일침을 가한 것입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고 사항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언론들이 보여주는 보도 윤리는 과연 이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합니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댓글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망 이유를 마음대로 재단합니다. 악성댓글도 문제이지만, 언론의 보도 행태도 큰 문제입니다. 고인이 살아있을 당시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기사화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언론의 기사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권고 기준을 살피고 몰인격적인 보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많은 기사들은 이미 네티즌들에게 보도윤리 위반으로 지적을 받았고, 그에 따라 기사가 수정되거나 삭제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언론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언론 소비자들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신뢰를 잃은 언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언론의 자정 노력과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0월14~17일 고(故) 최진리 씨 사망 보도를 다룬 전체 기사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문의 : 공시형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주영은 인턴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10-21 18:53:36
언론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나는 네이버의 베스트 댓글시스템이 전체주의를 만든다고 본다. 베스트 댓글은 교회나 특정 단체를 사이버팀(30~100명)으로 운영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돈 받고 운영하는 댓글 팀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교회를 다니면 아이디 대여도 쉽다. 그리고 이런 팀들이 베스트 댓글로 여론과 혐오를 만든다. 과거 기무사, 경찰 사례만 봐도 수없이 많다. 문제는 네이버가 이런 혐오시스템을 알고도, 네티즌 체류시간(남녀, 이념싸움을 유도)이 수익이라는 이유로 내버려둔다는 것에 있다. 사실 막기도 힘들다. PC방 전체를 빌려 팀으로 활동하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못 막으면 폐지하는 게 맞는데, 수익 때문에 포기를 안 한다. 이래서 나는 유튜브를 간다. 유튜브는 베스트 댓글이 시간마다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