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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제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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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미오픽] 한국일보 경찰팀 장기미제사건 연재 시리즈 책으로 묶어

2000년 10월 대림동 한 커피숍 여주인이 목 부위를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카운터 위 물컵에서 쪽지문 8점이 발견됐지만 지문 감식 불능 판정을 받았다. 13년 만에 미제였던 ‘서울 대림동 커피숍 여주인 살해 사건’은 마침표를 찍었다. 지문 감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쪽지문을 정밀 재감식했고, 포항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문의 주인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기 때문이다. 33년 전 화성연쇄살인사건도 유전자 정보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용의자는 14건의 살인을 포함해 범행을 자백했다.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면서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 해결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이 많다.

2015년 7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에서 통과한 날은 미제사건 희생자 가족에겐 희망의날로 통한다. 법 통과 이후 경찰은 장기 미제 사건 수사팀을 확대 개편해 사건을 추적 중이다. 한국일보 경찰팀이 펴낸 ‘한국의 장기미제 11’은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을 다루면서 사건 저널리즘 본보기를 보여준다.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맞물려 미제사건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것도 책을 펴낸 이유다.

한국일보 경찰팀(김이삭, 김성환, 김현빈, 허경주, 신지후, 양진하, 이현주, 신혜정)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8월까지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는 이름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시리즈로 연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방대한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한 사건의 쟁점과 당시 수사관의 인터뷰, 그리고 미제사건의 특성 등을 뽑아낸 박스기사까지 발로 뛴 결과물에 반향은 컸다.

한국일보 경찰팀은 10월 해당 기사를 묶어 책을 냈다. 한국일보는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추가로 담았다. 현장 취재까지 모두 마쳤지만 수사 담당 기관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보도를 하지 못했는데 이후 범인이 밝혀지면서 추가 취재해 사건의 전모를 담았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한국일보 경찰팀은 ‘목포 간호학과 여대생 피살 사건’을 꼽았다. 2010년 10월 15일 밤 조수경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언니에게 집으로 가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친구와 통화를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조씨의 시신과 가방이 발견됐다. 검은색 승용차를 봤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차량 3963대를 조사했지만 용의차량은 없었다. 시신 손톱 밑에 한 남성의 DNA가 발견돼 성폭력 전과자 200여명을 조사했고, 참고인 조사 대상자만 6000명이 됐지만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범죄 데이터에 올라온 DNA 대조를 하며 지금도 검은색 차량을 탄 30대 초반 남성을 찾고 있다.

▲ 한국일보 경찰팀이 펴낸 '한국의 장기미제 11'
▲ 한국일보 경찰팀이 펴낸 '한국의 장기미제 11'

용의자에 대한 인상이나 침입경로 등 단서가 전혀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도 미제로 남아있다. 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 사건이다. 2010년 11월 17일 이덕순 할머니는 남양주 한 아파트 단지 내 자택에서 얼굴과 목이 10차례 찔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 출입 CCTV,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구 카메라 등을 모조리 털었다. 188명의 당일 행적을 뒤졌지만 범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은 범인이 옥상에서 내려왔을 가능성, 아파트 내부 세대주가 범인일 가능성을 따졌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아파트 단지에선 범인이 지하실에 살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수사관조차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다.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5년 수사 끝에 미제로 종결됐다.

한국일보 경찰팀은 “당시 연재했던 사건 중 대부분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다. 일반인에게는 세간의 관심에 따라 호출되는 사건일 수 있지만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치유되지 못한 깊은 상처”라며 “당시 현장 취재기자들은 이런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까지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이 취재의 목적이 결국 범인의 실체를 밝혀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망자의 한을 푸는 길임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기자는 연재 기사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태완 어린이 황산테러사건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가 나오자 경찰청에서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해 심도 있게 파보겠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수사국에 공식 협조를 요청해 장기 미제 사건을 취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경찰팀은 경찰 입회하에 수천 쪽의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기록했다. 경찰팀 기자들은 2주에 한번 1박 2일 지방출장을 가서 현장을 검증했고 유족을 인터뷰했다.

2000년 이후 장기 미제 사건만 250건이 넘는다. 한국일보와 경찰은 이 중 그나마 흔적이 남아있고, 기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추렸다.

김성환 기자는 “경찰에서도 당시 99% 수사력을 모았고 나머지 1% 정도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수사이기 때문에 결정적 제보가 없으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기사가 나가고 일부 제보가 오긴 했지만 결정적 제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경찰과 유족, 그리고 증인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고자 했다. 특히 유족의 경우 최대한 배려해서 쓰자고 했다”며 “하지만 유족 입장에선 증거가 나온 경우에도 안 풀렸기 때문에 언론 보도 일회성으로 끝나면 아픔을 상기시키는 것밖에 안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김 기자는 “무리하게 유족한테 취재하지 않았다. 접촉 수준까지로 했고, 사건의 잔혹성이 있기 때문에 데스크에서도 최대한 표현을 순화했다. 솔직히 책을 펴낸 것도 흥미 위주로 보일 수 있어서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 실마리가 풀리는 것을 봤고 유족들은 아직도 마음 속에 풀리지 않은 응어리 같은 게 있는데 한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경찰팀은 장기미제사건 시리즈를 다시 기획해 보도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한국일보는 현재 지능범죄를 주제로 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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