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태프 임금을 체불해 고소 당한 영화제작사 대표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영화 스태프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영화 스태프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지난 6월 항소심과 같은 결론이다. 

18일 대법원 제2부는 영화 제작 중단 뒤 촬영 스태프 19명에게 4600여만원의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영화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 대표 배모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해당 사건 1심은 지난해 10월 근로기준법 위반 이유로 배씨에게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은 6월 항소를 기각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이하 영화노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영화스태프들은 계약 당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배씨가 용역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배씨가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없다고 주장한 까닭이기도 했다. 

1심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 계약인지 도급 계약인지보다 근로자가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2심에서도 법원은 △배씨가 영화의 제작 방향 등을 설정하고 총괄한 점 △배씨가 정한 예산 및 계약 기간 내에서 스태프들과 예약이 이루어진 점 △배씨가 스태프의 고용 및 해고에 관한 권한을 보유한 점 △최근 영화 제작자들과 근로자들 사이에는 표준계약서 등을 활용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전제로 고용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스태프들의 근무형태가 다른 영화 제작의 경우와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017년 7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소송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2017년 7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소송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배씨는 2심에 대해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대법원은 18일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가 스태프들에게 근로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점 때문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제3조의 4조를 위반했다고 고소된 사건에도, 제작사와 배씨에게 각각 200만원과 150만원의 벌금을 처한 2심을 유지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은 21일 성명을 내고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영화노조는 ‘용역계약을 한 영화 스태프도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에는 “영화 스태프의 노동자성이라는 케케묵은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실질을 확인하고 더 이상 노동자성 운운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노조는 영비법 제3조의4(‘영화업자는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영화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를 어겨 벌금형에 처하기로 한 대법 판결에 대해서도 “영비법 개정 이후 벌금형을 선고한 첫 사례로, 영비법상 ‘영화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규범임을 명확히 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영화노조는 “올해가 한국영화가 만들어진 지 100년”이라며 “100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스태프의 노동자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영화산업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식의 문턱에 다다른 것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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