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부귀불능음, 빈천불능이, 위무불능굴.

부귀도 어지럽히지 못하고, 가난과 천대에도 끄떡 안하고, 위세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이 말은 시진핑이 ‘중앙당교 개교 80주년 경축대회 및 2013년 춘계학기 개학식 연설’ 때 인용했다. 맹자의 말로 <맹자·등문공滕文公 하>편에 나온다. 인의도덕仁義道德을 강조한 유가의 대표적 사상가인 맹자의 이름은 가다. 이 말은 전국戰國시대 유가 대표인물인 맹자와 종횡가縱橫家 경춘景春이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景春曰: “公孫衍, 張儀豈不誠大丈夫哉! 一怒而諸侯懼, 安居而天下熄.”
孟子曰: “是焉得爲大丈夫乎? 子未學禮乎? 丈夫之冠也, 父命之; 女子之嫁也, 母命之, 往送之門, 戒之曰: ‘往之女家, 必敬必戒, 無違夫子!’ 以順爲正者, 妾婦之道也.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誌,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경춘이 말했다. 
“공손연·장의야말로 어찌 진정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한 번 성내면 천하 제후들이 떨었고, 가만히 있으면 온 천하가 조용했다.”
맹자가 말했다. 
“그런 사람을 어찌 대장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아직 예를 못 배웠는가? 아들이 관례를 할 때에는 아버지가 훈계를 하고, 딸이 시집갈 때에는 어머니가 훈계를 하는 것이 예법이다. 어머니는 대문까지 나가 딸을 보내면서 이렇게 타일렀다. ‘네 집에 가거든 반드시 삼가고 경계해서 남편의 뜻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이렇게 유순해야 하는 것이 부녀자의 도다. 그러나 사나이의 도는 다르다. 넓은 천하를 집삼아 살고, 천하의 한가운데 서서 천하의 대도를 행하나니, 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함께 도를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할 뿐이다. 부귀도 어지럽히지 못하고, 가난과 천대에도 끄떡 안하고, 위세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장부라 할 수 있다.” 

맹자의 이 유명한 명구는 무엇이 개인의 신념을 침식하고 의지를 바꾸게 하는가라는 명제를 던진다. 개괄하면 맹자는 부富와 가난의 고통, 그리고 권세의 폭력을 들고 있다. 그러나 왜, 어째서 일단의 사람들은 이런 서로 다른 형식의 외부압력에도 초지初誌를 굽히지 않고 初心초심을 저버리지 않을까? 이는 바로 이상을 품고,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신념이 있으면  마음의 주인이 되고 행위의 지침이 된다. 이런 좌표가 있으면 영화를 부러워하지 않고, 이익에 직면해 손을 내밀지 않으며, 시련을 마주하고도 얼굴색을 변하지 않는다. 맹자는 이것을 대장부냐, 아니냐의 표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맹자는 “넓은 천하를 집삼아 살고(居天下之廣居), 천하의 한 가운데 서서 천하의 대도를 행하며(立天下之正位), 뜻을 얻으면 백성들과 함께 도를 행한다(行天下之大道)”고 밝혔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17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된 후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3월17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된 후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진핑은 중앙당교와 내몽골 조사연구 때의 연설에서 이것을 당원 간부들이 도덕품격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원 간부들에 대해 오늘날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넓은 천하를 집 삼아의 ‘광거廣居’는 전체 국가민족을, 천하의 한 가운데, 즉 ‘정위正位’는 공산주의 신앙이고, 천하의 ‘대도大道’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뜻한다는 것이다. 해서 이를 실천할 때만이 굳세고 순수한 공산당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전국시대는 종횡가들이 성행했다. 그들은 말재간과 기지를 무기로 삼아 아침에는 진나라, 저녁에는 초나라로 달려가는 식으로 동분서주하며 합종연횡合縱連橫을 내세워 제후들을 유세했다. 성공한 종횡가들은 높은 벼슬에 많은 녹봉을 받아 사람들은 그들을 ‘대장부’라 일컬었다. 이 대화에서 경춘은 공손연과 장의가 도처의 제후들을 설득해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켜 ‘한 번 성내면 천하의 제후들이 떨었고, 가만히 있으면 온 천하가 조용했다’며 대단한 대장부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맹자는 공손연이나 장의 같은 종횡가들은 궤변을 지껄이는 자들로 자신의 뜻을 굽히고 제후들에게 아첨해 인의도덕의 원칙은 눈곱만치도 없이 ‘부녀자의 도’를 봉행하니 어찌 대장부라 하겠느냐고 통박했다. 맹자는 자신의 대장부 표준을 제시했다. 맹자는 ‘부귀도 어지럽히지 못하고, 가난과 천대에도 끄떡 안하고, 위세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라고 했다. 즉, 재부로 현혹되거나 타락하지 않고, 가난과 천대의 고통이 지향하는 바를 꺾을 수 없으며, 권세 위력으로 굴복시켜 변절하게 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맹자의 이 명언은 중국 사상과 인격역량을 눈부시게 하는 찬란한 빛으로 2천여 년 이래 무수한 영웅호걸들을 채찍질해 왔다. 이에 분발한 어질고 뜻있는 선비{仁人志士}들이 사납고 포악한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의 정신적 지주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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