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인 ‘노동존중사회’ 기치가 실종됐다며 고용노동부를 질타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정당이 바뀐다고 해서 노동자나 서민들의 삶이 뭐가 달라지나. 유의미한 함수관계를 전혀 못 만들고 있다”며 “그 당이 그 당이고, 그 대통령이 그 대통령이라면 노동 있는 민주주의가 될 수 있겠느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날 이 의원은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까지 수립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진척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아무도 손도 안 대고 서로 상대방 책임이라며 핑계를 대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민주당 집권 때와 공화당 집권 때 계층별 소득분배가 뚜렷하게 다르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화당 때보다 빈곤층 소득이 6배나 높다. 우리나라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일하는 사람들 권리와 삶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정치는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 젊은 노동자들이 고용과 소득 불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가임기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을 망설이고 퇴직 노동자 절반이 빈곤과 고독사를 생각한다면 민주정치는 의미가 없어진다. 대통령이 챙기던 핵심 공약에 대해 장관이든 누구든 챙겨야 하는데 아무도 안 책임진다”고 비판한 뒤 “노동자 입장에서 ‘이게 나라냐’, 공약은 가슴 뛰게 해놓고 아무도 안 챙기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민중의 소리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민중의 소리

그는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향해 “한 달 이내 구체적인 로드맵과 ‘타임 스케줄’을 포함한 기본계획 수립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라. (노동부는) 경사노위를 통한 노사정 협의와 별개로 노동행정기본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해서 한 달 이내에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의 경우 당초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는 걸로 준비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저희 부에서 나름 실무적인 준비는 하고 있다.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안의 경사노위 심의를 위해 의제개발위원회에서 논의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논의가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의 복심”인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노동존중사회’라는 국정목표에 반하는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본인 페이스북에 “(한국이)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올해 10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전 세계 141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며 “거시경제 안정성 1위, ICT 보급 1위, 인프라 6위, 혁신역량 8위 등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노동시장의 경직성(51위)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은 “이 글을 보면서 비서실장께서 대통령의 ‘노동존중사회’ 국정목표에 반하거나, 세계경제포럼에 인용된 지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나 생각이 든다”며 “당시 인용한 세계경제포럼 경쟁력 보고서의 해당 지표 명칭은 ‘노동시장’(labor market)이다. 인력감축 비용이나 채용해고 관행, 노동자 권리, 노사관계 협력 수준, 남녀임금격차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데, 노동경직성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처럼 곡해될 소지가 있고, (이런 관점이) 신문 기사에서 인용됐다는 점도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인용된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 권리는 93위, 노사관계 협력수준 130위 이주노동자 채용용이성은 100위”라고 말한 뒤 “저 밑에 기본적인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후진성이 노동시장 순위를 50위권으로 낮추고 있다는 점을 국무위원회 가서 잘 말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갑 장관은 “전체 맥락을 보면 비서실장 글은 노동시장분야의 경쟁력 높이자는 차원에서 쓴 거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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