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에서 20년 넘게 근속한 부장급 직원이 회사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돼 회사 인사 정책을 두고 여러 입말이 나온다. 고인을 위해 말을 삼키는 분위기지만, 그가 최근 보직 해임 후 가장 낮은 직책에 배치된 것이 영향을 줬을 거란 추측이 분분하다.

선행도장부 이아무개(50) 부장은 지난 10일 새벽 6시께 선행관 4층 탈의실 앞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하던 동료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감식 결과 사망 시점은 10일 0~1시 사이로 추정됐다.

1994년 경 입사한 이 부장은 선행도장부 부서장까지 역임했다. 언어 능력에 능통하고 업무 수완이 뛰어나다는 등 회사 내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7월 경 부서장에서 보직 해임된 후 프로젝트매니저(PM) 등 직책을 거쳤고 최근 자신이 부서장을 맡았던 부서의 ‘스탭’으로 배치됐다. 스탭은 신입직원 직급으로 스탭,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순으로 이어진다.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갈무리

 

같은 부서 직원들은 당시 상황이 탐탁치 않았다. 이례적인 인사 배치였고 부서장을 역임한 직원을 스탭처럼 대하기가 편하지 않았던 탓이다.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아지자 현장엔 ‘이전 직책이 적성에 안 맞고 업무 스트레스가 크다며 본인이 직접 원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동시에 한 노조 대의원은 9월 중순 그를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내가 오고 싶어서 왔겠냐. 위에서 가라고 해서 왔지’라거나 ‘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니겠느냐’는 토로섞인 말을 들었다.

사인을 두고 공식적인 진상규명 요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을 기억하던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 책임론도 거론된다. 한 현대중공업 직원은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은 절대 쉽게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한때 부서장을 같은 부서 대리 밑에 발령한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직원들이 여러 명이었다. ‘이 부장이 땅만 보고 다니고 힘없이 다닌다’며 안쓰러워 한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도 이 부장의 인사 발령을 비판하거나 재발방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