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사망 보도만 7명 “아무도 신경 안 쓴다”
한달 사망 보도만 7명 “아무도 신경 안 쓴다”
[현장]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 “밑바닥 도구로 쓰다 버리지 말라” 규탄… 일하다 도망치다 구금되다 죽는 이주노동자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밑바닥 경제 도구로만 쓰다가 버리지 말라”(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등 9개 연대단체의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렸다. 이들은 한국 정부·정치인·사업주를 향해 “이주노동자 억압을 멈추고, 고용허가제 한계를 인정해 사업장 이동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본 대회 시작 전 방글라데시 여성무용수 타니사씨는 한국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내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부디 하늘에 있는 당신은 꿈을 이루라’는 내용의 방글라데시 민요를 틀고 무용 공연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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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한 달여 간 사망사건 기사로 알려진 이주노동자만 7명이다. 지난 9월10일 경북 영덕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태국노동자 3명 베트남노동자 1명이 지하탱크를 청소하다 유독가스에 질식사했다. 9월24일엔 경남 김해 생림면에서 일하던 태국노동자 1명이 부산출입국 공무원의 토끼몰이식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했다. 10월12일 한 20대 네팔노동자는 한국 온 지 불과 보름 만에 공장의 조형틀에 깔려 숨졌다. 지난 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한 이주민은 구금 1여년 만에 급성신부전으로 의문사했다.

공연 직후 대회사를 연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주 지시를 어기면 근로 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고 왕따시키고 월급을 제대로 안 주면서 ‘네 나라로 보내겠다’ 협박을 한다. 이런 상황을 견디며 일하기 너무 힘들지만 (고용허가제 탓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12일 네팔노동자가 사망한 공장을 몇 일 전 갔는데 공장이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사망해도 사업장은 아무 불이익이 없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강조했다. 우 소장은 “최근 이주인권 노동운동단체들이 퇴직금을 아는지, 한국에 오면서 교육을 받았는지, 받는 절차는 아는지를 설문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몰랐다. 조사대상자 60% 이상이 퇴직금에 대해 들어본 적 없었다”며 “자신의 땀으로 일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데 지금까지 지급되지 않은 출국 만기 보험금 275억원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발언했다.

출국만기보험은 쉽게 말해 이주노동자 퇴직금 제도다. 사업주가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해 이주노동자가 출국할 때 공항에서 주거나 출국 후 14일 이내 보험금을 퇴직금 형태로 준다. 출국만기보험과 귀국비용조험이 도입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5만1051명이 총 274억84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당사자 발언을 한 네팔노동자 따라씨(위)와 미얀마노동자 사이머체리씨, 통역 소모뚜씨. 사진=손가영 기자
▲당사자 발언을 한 네팔노동자 따라씨(위)와 미얀마노동자 사이머체리씨, 통역 소모뚜씨. 사진=손가영 기자

 

당사자 발언도 잇달았다. 네팔노동자 따라씨는 “이주노동자에겐 업무 시작 30분이나 1시간 전에 출근하라고 하고 퇴근도 30분 늦게 하라는 사업장이 많다. 수당은 챙겨 주지 않는다”며 “

정부가 만든 숙소지침에 따라 많게는 월급의 20%까지 숙식비로 내는데 월급에서 미리 떼고 준다. 제대로 된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 사업주가 많다. 한국 사장, 정치인들 이렇게 살지 말라”고 비판했다.

미얀마에서 온 사이머체리씨는 “1명 들어가기도 좁은 기숙사에 2명을 살게 했다. 참고 지나갔으나 이젠 3명을 살게 하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한 명당 25만 원을 내는데 시설을 보면 5만원 짜리 방”이라 밝혔다.

농업노동자인 사이머체리씨는 또 “8시간이 하루 노동시간이지만 우리는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2번 쉴 수 있다. 그러나 사장이 일하라고 하면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며 “빨간 날 일하는 제조업 종사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우리 농업노동자들은 (법정 휴일이) 빨간 날인지, 노란 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만 명 농업노동자를 대신해서 나왔다”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미나씨는 “임신을 하면 사업주는 마음대로 해고하고 또 마음대로 고용센터에 계약이 종료됐다고 신고한다”고 토로했다.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종료 후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풍경. 사진=손가영 기자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종료 후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풍경. 사진=손가영 기자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벡씨는 사업주의 극심한 횡포를 고발했다. 그는 “사장이 매일 아침 ‘개XX’라고 욕했고 ‘내가 20년 동안 배운 일을 너는 15일 만에 배워라. 그렇지 않으면 내보내겠다’고 소리쳤다”며 “다른 네팔 사람이 하루 200개 하는 작업을 1시간에 100여개씩 하라며 폰으로 시간도 쟀다”고 말했다.

이벡씨는 “너무 무서워서 고용센터에 진정서를 쓰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고용허가제 상) ‘취업횟수’가 1번 밖에 남지 않아 회사 권고 사직 처리를 요구했다”며 “‘왜 왔냐’ ‘야, 너’라며 반말을 쓰고 소리지르고 사업주 주장만 듣는 고용센터도 많은데 그런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업장 이동 하나 할 수 없고 사업주 종속은 강화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날 수도, 개선할 수도 없게 만드는 고용허가제, 노조는 이 제도에 맞서 싸울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돼야만 한다”고 발언했다.

오후 3시30분 경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도입하라’ ‘ILO 핵심협약 비준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등의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거쳐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후 ‘Labor is one’ 제목의 노래를 부르며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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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10-20 20:46:41
국회의 법제화 없이는 아무도 이들의 안전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책임지지 않는다. 법제화를 정부가 하는가? 정말 안타깝긴 하나, 타겟이 잘못되었다. 작은 것부터 국회를 압박해 법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바뀔 때마다, 직업에 불안해하면 내쫓길 것이다. 법제화/제도화는 국회에서 된다는 걸 명심하라. 국회의원을 한명 한명 만나면서 설득해라. 오래 걸리더라도 그게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