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부당해고로 다투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 가처분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MBC는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에 지난 5월 인용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에 불복한다는 이의 신청서를 냈다. 해고무효확인 소송 판결 전까진 원고 아나운서 10명을 MBC 소속 근로자로 정한다는 법원 결정이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 원고는 MBC 16·17학번 아나운서들로, 최초 계약직으로 입사해 계약 만료와 함께 퇴사처리 됐으나 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다. MBC는 곧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 부당해고 구제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아나운서들은 서울서부지법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넣었다. 아나운서들은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중 근로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넣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지난 5월 MBC에 복직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MBC 법무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고 무효를 주장하는 측이 신청한 가처분 결정에 그 반대 측이 이의를 제기하는 건 법리적으로나 재판 진행 과정 상으로나 일관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재판부에 원고 측에 유리한 심증을 형성하기에 법리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라 설명했다.

반면 아나운서들은 취소 소송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가처분 이의 신청을 알게 된 날은 회사 측과 ‘상호 신뢰를 쌓아가자’며 한 발 진전된 대화를 나눈 날이었다. 회사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서부노동청 및 아나운서들과 3자 면담을 하며 아나운서 업무에서 배제됐던 이들에게 라디오 뉴스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양측은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대화하며 면담을 마쳤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 측 입장이 나온 셈이다.

해고 무효 소송 중인 아나운서 A씨는 “오전엔 ‘자 이제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한발짝이라도 나아가자’는 얘길 듣고 오후엔 ‘너희의 근로자 지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은 셈”이라며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진전해나가자 서로 다독였는데 이 직후 들어간 해고무효소송 첫 번째 재판에서 이의 신청을 통보받고 황망함이 매우 컸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소송이 쌓이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저희도 힘이 든다. 선배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고 싶다. 아나운서국에 회사의 이의 신청을 취하해달라는 의견제시를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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