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 노동자들이 국정감사장에 실제 여성 크기의 성인용품 ‘리얼돌’을 등장시킨 이용주 무소속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해 8월 결성된 국회 여성 노동자 페미니스트 모임 ‘국회 페미’는 18일 ‘리얼돌은 산업이 될 수 없다. 이용주 의원은 사죄하라’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통해, 국회가 이용주 의원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본인 옆자리에 리얼돌을 앉혀둔 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리얼돌 관련 질의를 했다. 그는 “이 몸통들은 사람 피부와 아주 유사한 형태다. 만져보면 느낌으로도 사람 피부와 흡사한 느낌이 들긴 든다. 인공지능 AI 기능이 추가되면 사람과 유사한 느낌, 감정까지 나타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적 논란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입된 게 이 모델”이라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국회페미는 “(이 의원은) ‘리얼돌’을 단순한 ‘완구’로 마치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가 장려해야 할 유망한 산업으로 표현했다”며 “리얼돌을 정말 성인완구로 여겼다면 이 의원은 리얼돌을 전 국민이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성기 모양의 성인완구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리얼돌’이 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에, ‘리얼돌’이 ‘성인완구’가 아닌 인간으로 대상화 된 물체임을 인정하기에 본인의 옆에, 의자를 놓고, ‘리얼돌’을 앉힐 수 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감사장에 청소년과 가족에게 유해를 끼칠 수 있는 ‘리얼돌’을 가져온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페미는 “대다수의 ‘리얼돌’ 판매 사이트가 접속하기 위해 성인인증 절차를 두고 있는데 ‘전체연령가’인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전시한 것은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다. 이용주 의원이 가져온 ‘리얼돌’이 여성 청소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는 국회의원의 품위, 나아가 국가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 개탄스러운 점은, 이용주 의원이 2016년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도, 인지력도 없음이 드러난 의원이 국회에 발의된 모든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 상정을 협상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며 “‘리얼돌’이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인격 훼손이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이용주 의원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분명한 이용주 의원의 발언 진행에 적절한 제재나, 제한을 가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쳐기업위원회는 반성하라”며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서적·물리적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리얼돌’을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트린 이용주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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