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14일 정례 회의에서,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홍위병’이라고 표현한 사례를 두고 ‘감정 과잉’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외부 인사들이 모여 매달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비평하는 기구다. 

18일 지면에는 14일 독자권익위 정례 회의 내용이 실렸다. 이날 회의에는 조순형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18일 조선일보.
▲10월18일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조선일보가 조국 관련 보도를 하면서 ‘홍위병’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 것을 지적했다. 독자권익위는 조선일보 10월1일 사설 “관제 시위 ‘200만’ 황당 거짓과 ‘尹 경질’, 21세기 韓에 홍위병” 기사와 10월11일 기사 “홍위병 닮아 가는 親文 세력” 두 기사를 지적했다. 

독자권익위는 “조국 사태와 관련된 조선일보 보도에 ‘홍위병’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 표현은 욕에 가깝지 분석의 틀은 아니다”라며 “사태의 본질을 알려주는 일종의 수사인데, 친문 세력을 홍위병으로 부르는 것은 좌파가 우파를 ‘파쇼’, ‘나치’ 등으로 부르는 것처럼 악마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마화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현 정권의 진짜 문제는 ‘이념 과잉’ 보다 ‘이성의 부재’다. 홍위병, 문화혁명 등으로 몰아붙이면 현 집권 세력의 문제를 잘못 포착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독자권익위는 홍위병과 같은 단어보다 ‘포퓰리즘’과 같은 말을 쓸 것을 제안했다. 

▲10월11일 조선일보.
▲10월11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해 반복적으로 ‘홍위병’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홍위병 닮아 가는 親文 세력” 기사를 보면 “현 상황을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시기에 비유하는 분석도 나온다”며 “당시 중국에선 마오쩌둥 정권을 지지하는 젊은 층이 ‘홍위병’이란 이름 아래 반대파 지식인에 대한 폭력과 망신주기를 일삼았다”고 썼다. 

그 외에도 10월4일 “마오쩌둥 ‘사령부 공격하라’ 홍위병 광기에 中 10년간 대재앙” 기사는 아예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의 공무집행을 압박하고, 지지자들의 시위를 독려해 실력행사에 나서는 모습은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시작한다. 

이 기사는 “정적을 찍어 이념적인 여론몰이로 타격을 주고, 홍위병 같은 극렬 지지자들의 위세를 부추기고 이용하는 행태도 비슷하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50여년 전 중국에서 일어났던 문화혁명의 비극을 다시 돌아본다”고 썼다. 이어 기사는 1966~1976년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에 의한 피해가 ‘투옥 및 조사 420만명’, ‘사망 172만8000명’, ‘반혁명 죄목으로 처형 13만 5000명’, ‘무력 투쟁으로 사망 23만 7000명’, ‘무력 투쟁으로 부상 703만명’, ‘개인 주택 완전 파괴 7만1200여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0월4일 조선일보.
▲10월4일 조선일보.

그 외에도 10월15일 류근일 칼럼 ‘10월 국민 저항운동이 소망을 보여주었다’에서도 “조국 사퇴에도 불구하고 민중민주주의 변혁진영은 ‘조국보다 더 센 법무장관’을 임명할 것이다. 공수처를 만들어 영구 집권을 위한 공포정치의 큰 칼도 마련할 것이다. (...) 체제가 이렇게 변혁되면 베네수엘라 같은 민중주의-전체주의-독재-홍위병 세상이 들어설 것”이라고 홍위병을 언급했다. 

18일 조선일보 독자권익위는 ‘홍위병’에 대한 표현 지적 외에도 “조국 사태 보도에서 차분하게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진영 논리에 따라 과잉된 감정을 드러낸 일부 기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검찰, 압수 수색 때 조국 집안 구조 꼼꼼히 살핀 이유는” (9월26일) 기사를 예를들어 “압수 수색 당시 집 안 구조를 근거로 조 전 장관이 증거(PC의 하드디스크)를 인멸하라고 시켰거나 이를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파트 평면도와 안방과 서재 간 거리(220㎝) 등의 정황만 가지고 기사를 만들었는데, 수긍이 안 된다”며 “앞으로 벌어질 ‘검찰 대(對) 법원’ 공방 기사도 오로지 팩트에 근거해야지 ‘과잉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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