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2015년 O2O 플랫폼사업을 추진하며 영세 스타트업 업주에게 본사 입사를 제의한 뒤 업주가 사업을 접자 처우가 낮은 자회사로 입사시켜 논란이다.

김아무개씨는 2015년 2월 SKT로부터 입사지원 제의를 받았다. SKT 측의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서다. SKT는 당시 장동현 신임 사장 주도로 새 O2O서비스사업 ‘티밸리’를 펼치던 참이다. 김씨는 O2O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당시 한 온라인쇼핑몰 업체에서 나와 주부 대상 플랫폼업체를 차려 운영하고 있었다. O2O(Online to offline)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융합한 사업을 의미한다.

김씨에 따르면 SKT 임원은 같은 달 말 최종면접에서 그에게 “사업을 접고, 텔레콤으로 와 새 사업을 하자”고 했다. “입사할 때 어떤 사업을 어떻게 끌어갈지 기획을 준비해 놓으라”고도 했다. 김씨는 수락했고, 직후 사업을 정리했다.

김씨는 SKT 본사 입사라 여기고 채용 절차에 임했다. SKT 측 제의였고, 서류전형 담당과 2차례 면접의 면접관은 모두 SKT 소속 임직원들이었다. 면접관은 “SKT가 신사업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등 질문을 했다.

김씨는 며칠 뒤 당초와 다른 내용을 통지 받았다. SKT 측은 3월 초 전화로 최종합격 소식을 전하며 김씨에게 ‘자회사인 SK플래닛으로 입사한다’고 통보했다. 채용 절차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SK플래닛은 SKT가 98.1%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김씨는 이미 SKT 임원 제의에 직원을 정리하고 서비스운영을 중단하는 등 사업을 접은 상황. “앞서 논의한 업무 조건은 그대로냐”고 묻자 사측은 그렇다고 했다. 선택 여지가 없던 김씨는 SK플래닛 소속으로 일하기로 했다.

▲ 기사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
▲ 기사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

실상 김씨는 SKT 본사 직원들과 함께 같은 업무를 했다. 그러나 임금과 처우가 달랐다.

김씨는 입사 직후부터 SKT 티밸리 사업에 투입됐다. 한 달 뒤 아예 서울 중구에 있는 SKT 본사로 옮겨 기획업무를 했다. SKT 직원들과 섞여 SKT의 지시에 따랐다. 김씨는 중고거래, 네일아트 등 뷰티중개, 반려동물 건강관리 서비스 등 신규플랫폼 서비스 기획에 참여했다. 2016년 3월 SK플래닛에서 SKTX가 분사한 뒤에는 SKTX 소속으로 티밸리 사업에 근무했다.

김씨는 SKT 직원에 비해 70%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김씨가 2015년 받은 급여는 2962여만원이다. 같은 일을 맡은 본사 직원 3명이 받은 급여 평균치 평균 4367여만원의 68%다. 회사는 SKT 직원이 주말에 일하면 주말근로수당 20만원가량을 줬다. 자회사 SKT플래닛 직원에겐 교통비가 전부였다. 업무 차량도 SKT 직원에게만 제공됐다.

격차는 2017년 7월 SKT가 티밸리 사업을 접을 때까지 이어졌다. 김씨가 티밸리 사업부서에서 일한 2년3개월 동안 받은 금액은 SKT 직원과 1억 2000만원 넘게 차이 난다. 

현재 김씨는 SK플래닛 내 ICT사업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는 “티밸리사업 예산과 매출, 이익은 모두 SKT에 귀속됐고, 대외적으로도 SKT 사업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을 접고 신사업을 같이하자’는 제의에 본사 입사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 책임을 피해가려는 채용갑질”이라고 주장했다.

SKT 측은 “최종 오퍼(제안) 당시 자회사 입사를 안내했다. 김씨는 SK플래닛에서 SKT로 전출하는 데 동의했고, 티밸리 프로젝트가 끝나자 SK플래닛으로 복귀했다. 당사자는 SK플래닛 정규직으로 정상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채용 때 자회사 입사를 알고 있었고 전출과 복귀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회사가 전출을 제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 등은 SKT와 사실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며 2017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자회사 SK플래닛과 SKTX가 SKT와 공동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인원을 전출한 것이라며 사측 손을 들어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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