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4일 오후 2시,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임을 표했고,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사임이 이루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됐던 지난 8월9일부터 지금까지 언론 보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언론은 자유한국당발 의혹이나 검찰발 수사상황 정보 등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한 채 무분별하게 내놨습니다. 오죽하면 서초동에서 있었던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언론개혁’을 외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언론은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 발언을 마뜩찮게 여겨 다루지 않거나,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언론개혁 당부 관련 기사 5건이나 내놓은 조선일보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에 대한 보도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발언 당일인 14일에 이뤄졌고, 신문 지면엔 15일 실렸습니다. 관련 보도는 조선일보가 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각각 2건씩의 보도를 했습니다.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각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 지난 10월15일 문재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관련 신문사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10월15일 문재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관련 신문사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에서는 MBN이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YTN은 2건, 타사는 모두 1건씩 보도했습니다.

▲  지난 10월14일 문재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10월14일 문재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 당부 마뜩찮게 여긴 동아‧조선‧중앙

신문사 중에서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지적을 한 보도는 조중동에서 나왔습니다.

▲ 지난 10월15일 신문사별 ‘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발언 비판’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10월15일 신문사별 ‘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발언 비판’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일보 <사설-나쁜 선례 남긴 조국사태… 갈라진 사회, 상처 입은 민심>(10월15일)에서는 “어제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사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 스스로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 “조국‧윤석열 환상적 조합, 꿈 같은 희망 됐다”>(10월15일, 권호 기자)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습니다. 

언론 개혁에 직접 뛰어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언론의 자정을 강조한 것이기는 하나, 사실상 ‘언론=개혁 대상’이란 인식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는 최근 KBS의 검찰발 보도를 문제삼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연일 기성 언론을 비판하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 ‘친문 스피커’들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언론이 자기 개혁에 노력해 달라’는 작심 훈계 발언은 조국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는 대통령의 무지한 인식의 발로”라며 “위선자 조국 임명을 강행해 ‘가장 나쁜 선례’를 만든 장본인은 문 대통령 본인”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비판자들만 수두룩한 조선일보의 대통령 비판

조선일보에서는 동아, 중앙보다 훨씬 질 낮은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文대통령, 조국 감싸며 검찰‧언론 개혁 강조>(10월15일, 이민석 기자)에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비판을 담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실명을 밝히는 특정인물의 목소리는 담지 않았습니다. 그저 “야당들은 ‘잘못된 인사로 나라가 두 동강 났는데도 아전인수식 해석과 유체 이탈 화법으로 버티던 문 대통령이 결국 민심에 백기를 든 것’이라며 ‘엉뚱하게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자신의 인사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라고 쓴 것이죠. 특정인이 말한 것도 아니고 야당들이 한 말을 종합해서 기자 맘대로 쓰면서 굳이 인용 따옴표는 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어진 조선일보 <언론 개혁하라는 文대통령, 조국 보도에 불만 표시>(10월15일, 이민석 기자)에서는 중앙일보와 비슷하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 유시민, 김어준 등과 비슷하다고 트집을 잡은 뒤,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친여 언론인 김어준 씨 등 친문 인사들이 이번 ‘조국 사태’ 중반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보도 대부분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 핵심들은 과거 정권에서 검찰과 유착된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 역시 그때 굳어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것 같다”고 했다.

국립대 언론학과의 한 교수는 “최근 보도된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의 상당수는 여러 언론이 깊이 있게 취재한 내용의 결과물”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언론에 ‘자기 개혁’을 주문한 것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야당들은 “‘언론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작심 훈계 발언은 조 전 장관 의혹 보도 등 불리한 뉴스는 가짜 뉴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0월15일 익명 처리된 비판 목소리 담은 조선일보
▲ 지난 10월15일 익명 처리된 비판 목소리 담은 조선일보

이 보도에서 실명으로 인용된 사람은 문 대통령뿐입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도대체 누구인지는 접어두더라도,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의 상당수는 여러 언론이 깊이 있게 취재한 내용의 결과물”이라고 했다는 국립대 언론학과의 한 교수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군사독재시절이라서 정권의 보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면, 조국 관련 언론보도를 이렇게 칭찬해주는 소신발언을 한 국립대 언론학과 교수는 왜 자신의 실명을 감추고 있는 걸까요? 

<팔면봉>(10월15일)“66일 만에 고집 꺾은 文 대통령, 조국 감싸며 검찰 때리고 언론 탓. 아직도 조국에게서 꿈과 희망을 보시나요”라며 아예 노골적인 비난에 나섰습니다. 

<사설-조국 사태 만든 文, 사과 한 마디에 남 탓 열 마디>(10월15일)는 문 대통령을 향해 비아냥거렸으며, KBS와 한겨레를 ‘정권의 응원단’으로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조국 사태를 보도해온 언론에 ‘성찰’을 요구했다. 지금 정권의 응원단인 KBS와 한겨레신문에서조차 조국의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성찰은 무능한 국정과 이해할 수 없는 아집으로 나라와 국민을 힘들게 만든 문 대통령이 해야지 왜 기자들이 해야 하나. 지금 남 탓할 처지인가”라고 주장한 것이죠. 

언론의 문제점 지적‧반성한 경향신문과 한겨레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사설을 내놨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조국 사퇴, 이제 혼란과 갈등 접고 검찰개혁 완성해야>(10월15일)에서는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도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워줬다. 시민들은 의혹 부풀리기, 인권침해, 검증되지 않은 피의사실 유포 등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낸 언론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고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언론은 깊은 자성과 성찰을 요구받고 있고, 이에는 ‘경향신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며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다짐을 밝혔습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 “조국·윤석열 환상조합 희망했는데…갈등 야기 송구”>(10월15일, 이완 기자)에서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에 대해 “조 장관에 대한 검증 경쟁과 검찰 수사 보도 과정에서 불거진 언론의 ‘검찰 정보 받아쓰기’ 관행에 대한 비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국 장관 관련 보도에서 보인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김이택 칼럼-이제는 ‘윤석열의 시간’>(10월15일, 김이택 논설위원)에서는 “‘거악 척결’을 한다는 특수 검찰과 국민 ‘알 권리’ 보장한다는 언론의 명분이 결탁해 피의자 인권을 압도해왔다. 특종 경쟁을 이용한 검찰의 우월적 지위는 언론의 검찰 비판 기능을 약화시켰다.…알 권리 내세운 ‘피의사실 공표’ 관행은 더는 설 땅이 없다”라고 언론의 ‘수사-보도 관행’을 비판했습니다. <사설-조국 장관 사퇴, ‘검찰개혁’ 성공의 밑거름되길>(10월15일)에서는 “그동안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에게 쏟아진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 여기에 국민 동의도 없이 ‘정치적 판관’을 자처하고 나선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고 가혹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며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언론개혁 당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 전한 TV조선과 YTN

MBN을 제외한 모든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저녁종합뉴스 어디에서도 조국 전 장관 관련 언론보도 문제점에 대한 반성은 없었습니다. 도리어 TV조선과 YTN에서는 대통령이 남 탓을 한다는 식의 평을 내놨습니다.

▲ 지난 10월14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별 ‘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발언 비판’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10월14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별 ‘문 대통령 언론개혁 당부 발언 비판’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우선 YTN <나이트 포커스-조국 전격 사퇴…‘포스트 조국 정국’ 눈길>(10월14일 대담)에서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과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대담을 했는데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언론 플레이 때문에 이렇게 대통령이 의도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이 마지막에 저는 담겨져 있다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언론에 많은 성찰을 요구하는 부분은 언론이 잘못해서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 이런 거거든요. 그래도 이 상황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 철저한 자질 검증 없이 임명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사회적 갈등, 이런 부분 없이 임명해놓고 여기에 대한 책임은 언론과 다른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부분에서도 인식이 좀 아직도 철저하지 못하다, 안이하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 <“환상적 조합 희망했는데 갈등 야기 송구”>(10월14일, 최지원 기자)에서도 백승주 의원의 발언과 매우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보도에서 신동욱 앵커는 “대통령이 조국 장관 얘기하다가 갑자기 언론 개혁도 주문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겁니까?”라고 물었고, 최지원 기자는 “문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이번 발언 중에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자기 개혁을 주문을 했는데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제기와 수사 상황 보도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해석이 나옵니다. 조국 사태가 조국 장관 본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언론 보도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어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의혹 보도가 한창이던 지난달에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등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지난 10월14일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를 비판한 TV조선
▲ 지난 10월14일 문 대통령의 언론개혁 당부를 비판한 TV조선

TV조선 보도에서 기자의 해석은 조선일보의 논조보다는 다소 점잖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나온다’,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익명의 발언, 사실상 정말 누군가의 발언인지 아니면 기자의 생각인지 입증할 수 없는 말을 빌려와 비판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 기사의 인터넷판 제목은 <文대통령 “갈등 야기 송구”라면서 ‘언론 역할’에 화살>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0월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2019년 10월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 문의 : 박진솔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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