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조선일보 <민노총 압박에… 국대떡볶이, 서울대치과병원 매장서 퇴출>(10월7일, 김은중 기자)는 서울대치과병원에 위치한 외식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가 폐점한 배경에 “민노총 압박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별도의 취재도 없이 조선일보의 보도를 가감없이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그대로 전달하며 ‘문재인 대통령 비난 인터뷰’ 추가한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월7일)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전 자료화면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공개 비판해서 화제가 됐었던 한 떡볶이 업체가 친여권 지지자들의 압박에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의 9월26일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자료화면이 나간 후 이루라 기자는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실제 해당 업체의 피해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루라 씨가 언급한 피해 사례는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씨는 “서울대 병원 내에 입점을 해 있던 해당 떡볶이 업체가 퇴출되는 일이 최근에 벌어진 건데 그 업체 측 주장에 따르면 폐점 배경에 민노총의 압박이 있었다”며 김 대표의 발언이 폐점으로 이어졌고, 그 배경에 민주노총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가 “업체의 주장입니다”라며 선을 긋자, 이 씨는 “서울대 병원 노조는요, 민노총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데 조합원 숫자가 한 2000명이 넘는다”며 재차 민주노총이 해당 지점의 폐업의 배경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루라 기자 :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말이 돌았냐 하면 ‘절대 해당 떡볶이를 사 먹지 말라’ 뭐 이런 지침이 공공연하게 돌았었고, 총무처에서도 ‘병실에서 떡볶이를 배달시키지 못하게 하라’ 이런 민원이 수십건 쏟아졌다고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해당 매점 같은 경우에는 지난달 영업을 시작해서 뭐 하루 평균 매출이 한 50만 원 정도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이 문 대통령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급기야 폐업 위기에 놓이게 된거죠.

 

▲ 지난 10월7일 민주노총이 떡볶이 업체 폐업시켰다 주장한 이루라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지난 10월7일 민주노총이 떡볶이 업체 폐업시켰다 주장한 이루라 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진행자 엄성섭 씨는 이 씨의 발언이 끝나자 “조국 수호냐, 조국 반대냐 이걸 놓고 지금 떡볶이 업체까지, 아이고”라며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찬반여론이 영향을 끼친 듯 언급했습니다. TV조선의 설명만 듣고 보면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대통령을 비판하자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원들이 해당 지점의 폐업을 주도했다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기사 쓴 조선일보와 자매사 받아쓰기 바빴던 TV조선

그러나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TV조선이 보도를 내놨던 당일, 미디어오늘 <감염 때문인데 조선일보 “국대떡볶이 민노총 압박에 폐점”>(10월7일, 김예리 기자)는 “병원과 노조는 감염관리 등 차원에서 우려를 제기했고, 현재 계약 해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떡볶이 업체 대표가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라 병원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줄 우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민주노총 때문에 국대떡볶이 퇴출? 김진태가 모르는 진짜 이유>(10월8일, 김지현 기자)는 본질적 문제에 계약관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구내식당에 입점한 국대떡볶이는 배달 등의 영업활동을 벌였”고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가 프랜차이즈 업체 브랜드로 배달 등을 하는 영리행위를 할 수 있느냐”를 두고 해석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서울대치과병원 측과 서울대치과병원노조는 이를 ‘재임대’로 보고 있”는 반면 업체 측인 “JJ케이터링은 이를 재임대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두 주장이 대립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취재를 통해 계약 당사자인 서울대치과병원 측이 “‘구내식당은 병원 직원들의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위탁운영업체는) 기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배달 등의 영업 행위는 엄연한 계약 위반”이라 주장했다며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의 위반행위 여부가 쟁점이라는 점을 짚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달리 현장의 당사자들 목소리를 들은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사실관계 지적받자 하루만에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회피 한 TV조선

7일 방송에서 민주노총이 폐업을 주도했다는 듯 설명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자, 다음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월8일) 출연자 최지원 기자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떡볶이를 가져온 의미를 설명하던 중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최지원 씨는 김 의원이 가지고 온 떡볶이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이후로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까지 일기도 했던 해당 떡볶이 업체”라며 “서울대 병원점에서 폐업을 한 걸 다시 한번 꼬집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의원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다가 가루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논란이 뜨거워요”라며 최 씨에게 답했고, 이어 이루라 씨는 어제 방송에서 전달하지 않았던 병원과 노조 측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 씨는 서울대 병원 측이 “퇴출과 관련해서 전혀 병원 측이 개입을 하지 않았”고 “치과 병원과 해당 떡볶이 업체 간의 직접 계약 관계는 없다”는 반박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조 측의 입장도 “병원 내 감염 관리, 이게 배달 문제이기 때문에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직원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입점 배달 중단을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는 “현재 계약 해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박과 함께 “실제로 아직까지도 운영이 되어 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도 있었”다며 하루 전 본인의 발언을 뒤집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어쨌거나 떡볶이 업체를 둘러싸고 서로 지금 말이 다른만큼 떡볶이 공방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며 설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씨가 7일 전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설명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며 “공방”이라 주장한 것입니다. TV조선의 ‘기자’로 출연하는 이 씨의 발언에는 취재된 내용은 없었고, 유체이탈 화법만 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만들고, TV조선이 키우는 ‘민주노총 혐오’… 조선미디어그룹의 악의적 보도 멈춰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등장한 대담의 시작은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였습니다. 해당 보도는 병원과 노조에 입장을 조금만 들었다면 나올 수 없는 보도였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제목에서부터 민주노총에게 책임이 있는 듯 “민노총 압박에”를 넣었고, 보도에서 “금속노조·병원노조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강성들인데 잘못 건드렸다”는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들을 전달했습니다. 시작부터 ‘민주노총 혐오’에 가까운 보도였던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TV조선은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결국 조선일보가 만들고, TV조선이 키우는 노동조합을 매도하는 전형적인 보도양상이 다시 한 번 반복된 것입니다. 특히 TV조선은 하루 만에 기존 보도를 정면으로 뒤집는 반론을 전달하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없는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어쨌거나”라는 무책임한 표현으로 “떡볶이 공방”으로 치부해버렸습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전달한 TV조선에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을 매도하는 조선미디어그룹의 책임 없는 보도는 이제 멈춰야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0월 7~8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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