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방송 공정성 훼손 사례로 ‘박근혜 홍보영상’을 특별감사 청구했는데 감사배경·목적에는 문제 핵심인 “청와대 검수 과정”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감사결과에선 사실상 퇴사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청와대 개입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또 EBS는 ‘반민특위 다큐 중단’도 특별감사 청구했는데 이 건의 핵심인 박치형 부사장의 개입정도를 판단하지 않았다. 

‘박근혜 홍보영상’이란 2015~2016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정책 홍보영상 제작 과정을 총괄하면서 대통령 사진을 넣도록 EBS 쪽에 직접 지시한 사건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공개한 EBS 답변을 보면 EBS는 ‘박근혜 홍보영상’ 감사배경 및 목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결정 과정 및 의사결정 과정’, ‘제작과정 일체’, ‘청와대 검수 과정’ 등 전반에 관한 사장의 요청에 따라 특별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 EBS 로고
▲ EBS 로고

이는 EBS가 ‘박근혜 홍보영상’ 건의 핵심인 청와대 개입여부를 감사배경·목적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EBS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감사결과 자료는 지난 8월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감사결과 요약자료보다는 내용이 구체적이지만 실제 감사보고서 전문은 아니다. 당시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감사결과 요약자료에는 감사배경·목적이 없었다. 

이번 답변을 보면 감사목적엔 ‘청와대 검수 과정’이 있지만 ‘감사결과 주요 처분요구사항’을 보면 ‘청와대’라는 단어조차 없다. 감사결과에는 협찬유치위원회 제도 보완, 협찬용역사업 업무분장 명확화 필요, 제작비 집행 확인 강화, 외주사 선정 절차 미이행 및 계약서 미비 개선 등 EBS가 어떻게 ‘관영방송’ 노릇을 했는지, 당시 관련자가 누군지는 나오지 않았다. 

EBS는 이번 답변에서 “협찬처 등의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 사실에 대해 당시 대외 업무 담당자였던 직원(현재 퇴사) 및 특정할 수 없는 다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불가능으로 인해 해당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해명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현재 퇴사한 대외 업무 담당자’는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다 EBS를 퇴사하지 않은 채 청와대 행정관으로 2년간 근무하다 다시 EBS 대외협력부에 복귀한 인물이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담당자가 이 사건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지만 혼자 모든 일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관련자들을 특정하진 않고, 관련부서들을 거론했다. EBS감사는 2015~2016년 당시 해당 부서 관련자들을 감사했어야 하지만 “특정할 수 없는 다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했다며 책임자를 가려내지 않았다.  

해당 담당자는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홍보영상’ 관련 보도가 나오자 EBS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EBS가 사실관계 파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퇴사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또 ‘박근혜 홍보영상’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지만 예산은 여러 행정부처에서 부담했다. 따라서 EBS 답변에 나오는 협찬처는 행정부처로 볼 수 있는데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의 주체는 행정부처가 아니라 청와대였다. 

유시춘 EBS 이사장이 최근 미디어오늘에 “청와대 개입을 확인됐다”고 인정했고, 이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랑 일하는 걸 아는 EBS 직원이 꽤 있었다”고 했다. ‘면죄부’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EBS가 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을 보면 EBS에서 진행한 특별감사 2건의 핵심인 '청와대 개입'과 '박치형 부사장의 개입'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EBS가 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을 보면 EBS에서 진행한 특별감사 2건의 핵심인 '청와대 개입'과 '박치형 부사장의 개입'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반민특위 다큐 중단’ 감사 역시 사건의 핵심인 박치형 부사장을 판단하지 않았다. 

반민특위 다큐 중단 건은 김진혁 전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2013년 반민특위 다큐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를 만들던 중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되면서 제작이 중단된 사건이다. 당시 김 전 PD의 상급자가 박 부사장이다. 

EBS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을 보면 “제작 중단 의사 결정 과정, 보복성 인사 의혹 등이 상반된 쟁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확보할 수 없는 조사상의 어려움으로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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