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의 남성 출연자 수가 여성 출연자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고, 진행자 비율도 남성이 여성의 3배를 넘는 등 성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개그 소재를 외모 비하에서 찾거나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성별 역할 고정관념을 투영하는 편집 관행도 여전히 팽배했다. 

서울YWCA가 지난 8월 한 달 간 8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의 18개 예능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전체 출연자 성비는 여성이 29.5%(105명), 남성이 70.5%(251명)을 기록했다. 대상 방송사는 KBS2, MBC, SBS, JTBC, TV조선, tvN, Mnet, MBC every1 등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아는 형님(JTBC)’,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주간아이돌(MBC every1)’ 등 인터넷 동영상 조회 수(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 기준) 상위 18개 프로그램 3회분을 모니터한 결과다. 

▲18개 예능프로그램 전체 출연자 성비
▲18개 예능프로그램 전체 출연자 성비.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전체 출연자 성별 연령대.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전체 출연자 성별 연령대.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주 진행, 보조 진행, 고정 출연, 보조 출연 등 역할 별로도 성비 차가 뚜렷했다. 주 진행자 24명 중 여성은 6명(25%), 남성은 18명(75%)으로 3배 차를 보였다. 보조 진행 8명 중에 여성은 1명(12.5%)이었다. 고정 출연 134명 경우 여성은 36명(27.1%), 남성은 97명(72.4%)이었고 보조출연자도 여성 62명(32.5%)에 비해 남성이 129명(67.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356명 중 30대 남성 출연자가 96명(27.0%)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대 남성이 72명(20.2%), 40대 남성이 45명(12.6%)로 뒤를 이었다. 30대 여성은 36명(10.1%)으로 전체 4위, 여성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성별 간 격차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다. 50대 출연자 24명 중 여성은 5명, 남성은 19명으로 4배 가량 격차를 보였다. 

분석 대상엔 ‘뭉쳐야 찬다’ ‘쇼미더머니8’ 등 남성 출연자가 월등히 많은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뭉쳐야 찬다 출연진은 23명 전원이 남성이고 쇼미더머니8 경우 남성 60명, 여성 3명이 등장한다. 서울YWCA는 “지금까지 힙합·축구가 남성 중심적 영역이라고 해서 미디어가 문제의식 없이 이를 그대로 재현한다면, 축구와 힙합이 남성의 영역이라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은 반복되고 특정 영역의 성별 분리를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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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8 장면 갈무리.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쇼미더머니8 장면 갈무리.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서울 YWCA는 방송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평등적 구성은 5건, 성차별적 구성은 34건으로 성차별적 내용이 7배 가량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34건 중 외모 평가는 21건(61.8%), 성별 고정관념 조장은 9건(26.4%), 성적대상화 1건(2.9%) 등으로 나타났다. 

‘쇼미더머니8’과 ‘주간 아이돌’은 남성 출연진에겐 능력을, 여성 출연진에겐 외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문제가 두드러졌다. 서울YWCA는 쇼미더머니8 심사위원 크루들이 여성 래퍼 윤훼이씨를 영입할 때 ‘모델 같다’ ‘빛이 난다’, ‘예쁘다’ 등의 외모 칭찬만 주로 했는데 이는 남성 래퍼를 모집할 때 랩 역량이나 패션 스타일 등을 강조하던 모습과 반대라고 지적했다. 

여성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이 출연했던 지난 8월28일 주간 아이돌도 같은 문제를 보였다. 서울YWCA는 “남성 아이돌에겐 노래, 춤, 개인기 등 능력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룬 반면 여성 아이돌은 ‘리즈 시절이 언제였다고 생각하나요’ 등 외모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레드벨벳 멤버에게 동화 속 공주 연기를 시킨 코너와 ‘센스도 미모도 완벽하다’는 칭찬 발언도 성차별적 구성에 포함됐다. 

▲비긴어게인3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비긴어게인3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주간아이돌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주간아이돌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JTBC ‘비긴어게인3’에도 여성 뮤지션을 외모로만 소비한 장면이 나왔다. 서울YWCA는 8월23일 방영분에서 그룹 악뮤의 수현이 동료들로부터 ‘살 빠졌다’고 칭찬받는 장면을 두고 “카메라가 아래쪽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이동하며 수현의 몸을 훑어보기 시작하는 동시에 ‘악동 뮤지션 컴백 준비로 쏙 빠진 살’이라는 자막을 사용해서 이전보다 살이 빠졌음이 강조된다”며 “이후 헨리가 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왜 이렇게 성숙해졌어?’라고 말하고 김필도 ‘살이 진짜 많이 빠졌어!’라고 말한다. 수현은 남성 출연자들과 달리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멤버들과 오랜만에 재회해 안부 인사를 나누는 과정까지 대부분의 대화가 수현의 다이어트와 몸매를 소재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장면 중.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보고서는 육아 예능도 잘못된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경우 가수 문희준 딸의 세수 후 화장 놀이 장면에서 ‘치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점, 남녀 아이의 등장에 ‘첫 사랑’이라는 자막을 붙여 이성애적 로맨스 관계로 규정한 점, 운전석에 앉은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뒤에 태운 장면에서 ‘오빠가 널 데려갈 곳이 있단다’ ‘나만 믿어’ 등의 불필요한 자막을 내보낸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YWCA는 “여성에게 젊음과 외모가 중요한 가치라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예능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될 때, 여성은 본인의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자리에서 여성 출연자가 실력보다 외모로 먼저 평가 및 언급 되는 문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평했다. 

서울YWCA는 또 개그 프로그램의 외모 비하에 대해서 “외모 비하가 주를 이룬다는 것은 한국 예능 속 유머 방식이 외모에 대한 비하를 당연시한다는 것”이라며 “타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 미화, 평가는 유머가 아닌 차별로 재밌지도 않고 재밌게 그려져서도 안 된다. 예능 프로그램 속 유머가 지니고 있는 차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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